정여울 작기를 만나고...
내 블로그 이름은
에바부인의 책향기나는 하루다.
데미안 을 읽고
나는 한 흐름을 오래 마음에 두고 살아왔다.
씽클레어가 성장해
데미안이 되고
그 끝에 에바부인이 있다.
나는 그 흐름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이 마음에 남은 사람은
에바부인이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어떤 말로도 다 닿지 않는 느낌.
그저
저런 사람이 있겠구나,
저렇게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오래 바라보았다.
그래서인지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자주 에바부인을 떠올렸다.
무언가를 단정하기보다
조금 더 기다려보는 시선,
쉽게 판단하지 않는 태도,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온도.
그런 것들이
내가 닮고 싶은 방향이었다.
그 생각을
누군가에게 꺼내본 적은 없었다.
그저
내 안에서만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정여울 작가가
데미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멈추는 순간이 찾아왔다.
내가 마음속에 두고 있던 흐름을
그 사람이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놀라움과 안심이
겹쳐지는 느낌.
내가 누군가를 따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지
잠시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영상을 몇 편 더 찾아보았다.
확인하듯이,
그리고 천천히 알아가듯이.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한 가지를 느꼈다.
나는 그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기보다
조금 더 믿게 되었다는 것을.
누군가의 말이
내 안의 생각과 닿을 때
사람은
자기 자신을 다시 믿게 된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읽어온 시간과
내가 걸어온 방향을
조용히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정여울 작가를
‘알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직은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말 안에는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과
조금 더 천천히 닮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함께 있다.
나는 여전히
에바부인을 떠올리며 글을 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쉽게 결론 내리지 않으면서.
어쩌면
에바부인이라는 이름은
이미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되어가는 한 방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책향기가 나는 하루를 산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