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앞에서 멈추듯, 삶의 속도 앞에서 멈추다

by 신은정



인생에는 우리를 덮치는 여러 시련이 있다.
그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문득,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런 순간을 사랑한다.


어느 때가 되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지금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세속에서 말하는 가장 큰 행복 속에도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가 스며 있고,
모든 슬픔의 밑바닥에는 신비로운 의미가 잠들어 있다.


내가 고른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밑줄을 그어 두었던 문장.
그 문장에는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미 마음속 어딘가에 있었지만
말로 꺼내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들.
그것을 누군가가 정확한 문장으로 건네주었을 때
우리는 그 앞에서 멈춘다.


문장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다시 만나기 때문이다.
어떤 문장은 설명이 아니라, 발견처럼 다가온다.


며칠 전, 북클럽을 다녀온 뒤 몸이 아팠다.
꼭 참석하고 싶었던 자리였기에 무리해서 다녀왔다.
하지만 온전히 즐기지 못했고, 돌아온 뒤에는 더 깊이 지쳐버렸다.
감기몸살까지 겹치면서
매일 올리던 브런치 글도 처음으로 쉬었다.


우리은행 본점에서 있었던 친구 아들의 결혼식도
결국 잊어버리고 말았다.
가지 못한 것보다, 잊어버렸다는 사실이 더 낯설게 다가왔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 하는 걸까.
이건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일까.


어쩌면
내가 붙잡고 있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으라는
몸이 내게 건네는 단호한 문장일지도 모른다.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하는 문장이 있듯,
살아가는 속도를 멈추게 하는 순간도 있다.
나는 지금 그 순간 앞에 서 있다.


이 시간은 나를 괴롭히는 시련이 아니라
잠시 멈춰 나를 돌보라는 간절한 권유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쉼표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다.
문장을 곱씹듯
나를 곱씹는 이 시간 끝에서
나는 분명
조금 더 선명해진 나의 문장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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