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날,
우산이 없어졌다.
딸아이가 준 우산이었다.
아이보리색이라 예쁘고 튼튼했다.
안쪽은 검은색이라
양산처럼 쓰기도 했던,
내가 좋아하는 물건 중 하나였다.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내리다 걸려
찢어진 자국이 생긴 그 우산.
구둣방 아저씨께 맡겨야지 생각하며
센터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두 시 수업을 위해 나왔는데
우산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보리색 이단 우산.
사람들은
자기 우산도 아닌데
비가 온다고
남의 우산을 들고 가고 싶을까.
그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인포에 올라가
우산이 없어졌다고,
내가 들어간 시간과
나온 시간 사이의 CCTV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이 되도록
샤워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CCTV 확인을 요청하고 있는 걸
우산을 들고 간 사람이
들었을까.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우산이
우산통 속에 들어 있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우산.
그래서인지
더 아무렇지 않게
그 자리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얼굴을 확인할 수도 있었지만
우산을 찾았다는 것만으로
그만두기로 했다.
알게 되면
마주칠 때마다
마음이 힘들 것 같아서.
편함을 위해
선을 넘는 마음.
그 마음이
낯설지는 않지만,
지나칠 일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붙잡지 않기로 한다.
누군가는
비를 피하는 쪽을 택했지만,
나는
마음을 지키는 쪽에
서 있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