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받침대가 어제 내게로 왔다. 딸아이가 책 보는데 머리 숙이지 말고 읽으라며 들고 왔다.
나무로 된 책받침도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 목을 숙이지 않고 읽어야 하는 상황이라 딸아이가 건네준 이것과 이제 친해져야만 한다.
아직은 낯설다.
손에 익지 않은 각도와 높이,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넘기는 동작까지도
어딘가 어색하다.
병원을 다니는 중이다. 목을 숙이지 말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각도에 따라 얼마나 무게를 이겨내고 있는지 설명하는 의사 선생 말만으로도, 절대 숙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게 해오던 자세 하나가
이렇게까지 몸을 아프게 할 줄은 몰랐다.
필라테스는 진단서를 끊어 연기해두었다. 당분간 샤워만 하고 다녀야겠다. 몸을 돌보는 시간이 지금은 '멈춤'으로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이 책받침대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나를 조금 천천히 살게 하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딸아이는 이걸 툭 건넸다.
"엄마, 이거 써."
컴퓨터 올려두고 쓰던 건데, 지금은 엄마가 책 읽는 데 쓰는 게 좋겠다며 책상 위에 놓고 갔다.
그 안에는 이미 딸아이와 함께 지나온 시간이 담겨 있었다.
작은 방에서 혼자 버텨내던 시간,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고쳐온 자세.
그 시간 끝에서 이 물건이 나에게 건너왔다.
그리고 나는 작은 타이머 하나를 준비했다.
50분 읽고 쓰고, 시간이 울리면 멈추기로 했다.
조금 아쉬워도, 조금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그 자리에서 멈추는 연습.
책 한 장,
문장 하나,
그리고 충분한 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