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삶을 열다를 읽고..(뷰티웨이의식)

by 신은정

책을 읽다가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문장을 만났다.

밀리의 서재에서 읽다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읽을수록 좋아지는 책이다.


시지푸스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 야마오 산세이의 시, 노르웨이 작은 마을에 사는 두 자매의 이야기, 소설 『모비딕』을 읽고 고래를 사랑하게 된 작가의 이야기, 나바호 인디언들의 뷰티 웨이 의식에 관한 이야기.


그중에서도 뷰티 웨이 이야기를 읽다가 잠시 책장을 덮게 되는 문장을 만났다.

내 앞에 아름다움이 있고

내 뒤에 아름다움이 있으며

내 위에 아름다움이 있고

내 아래에 아름다움이 있으니

나는 아름다움 속에서 걷는다.

주술사가 누군가의 삶이 다시 아름답게 돌아오기를 바라며 행하는 의식이라고도 했다.


나는 이 문장이 처음부터 좋았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책을 읽으며 문장에 끌리듯, 정혜윤 작가에게도 묘한 끌림이 생겼다. 라디오 PD이자 에세이스트인 그는 삶의 무게와 생명의 깊이에 대해 꾸준히 성찰하며 글을 쓰는 작가다. 자신을 학벌도 이력도 아니고, 혈액형이나 별자리, MBTI도 아니고,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에 가슴이 설렜다.


누구와 함께 있든, 책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순간, 에너지가 달라진다고. 그 직전까지 어떤 쓸모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사랑과 기쁨이 많이 빛나는 문장과 기억들이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올라온다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에 걸맞는 사람으로 말하고 싶어진다.


그의 글을 더 읽고 싶어졌다.

요즘 나는 센터에서 운동만 하며 지낸다. 차 한잔하자는 말에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한다. 그만큼의 거리로 있고 싶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그저 운동할 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로 남아 있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왜냐하면, 나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 거리마저도 아름다움 속에 있기 때문이다.

앞에도, 뒤에도, 위에도, 아래에도 아름다움이 있다면, 이 마음 또한 아름다움의 한 모습일지 모른다.

조금 멀찍이 서 있는 나도,

말을 아끼는 나도,

괜히 망설이는 나도,

어쩌면 나를 지키는 방식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상태일 수 있다고.

그래서 생각한다. 이런 의식이라면 설령 누군가는 미신이라고 말하더라도 나는 괜찮다고. 처음 이 문장에 끌렸던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아름다움은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와 지금의 나까지도 그 안에 포함시키는 말이었으니까.


오늘은 앞과 뒤, 위와 아래를 한 번 더 천천히 둘러보며 걸어야겠다.

거리를 두고 서 있어도, 말없이 머물러 있어도,

지금 이 순간의 나 역시 아름다움이다.

작가의 이전글사진 한장이 내게 건네준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