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 속에 가족이 살고 있었다

by 신은정


에세이 글방에서 지폐에 관한 글을 읽었다. 늘 손에 쥐고 살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 읽어 내려가다 처음으로, 지폐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동안 지폐를 볼 때마다 숫자부터 확인하던 사람이었다. 얼마짜리인지, 지금 내게 충분한지, 혹은 더 필요한지. 그것이 지폐를 대하는 전부인 줄 알았다.

나는 지폐를 사용했을때도,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득 부끄러웠다.


요즘은 지폐보다 카드가 더 익숙한 일상이다. 지갑 속에서 바스락거리던 종이의 질감 대신 매끈하고 차가운 플라스틱이 손끝을 채운다. 그렇게 지폐가 내 삶에서 조금씩 멀어져갈 때쯤, 글벗이 쓴 '너의 의미'라는 글을 통해 다시 지폐를 들여다보며 나에게 지폐에 대한 의미도 생각해 보게된 것이다.


지갑을 열어 오천원권과 오만원권을 나란히 꺼내 본다.

이이와 신사임당. 서로 다른 지폐 속에 나뉘어 있지만, 그들은 엄연한 어머니와 아들이다.

한 지갑 안에 한 가족을 품고 다니면서도, 나는 왜 그들을 한 번도 함께 떠올려보지 못했을까.

숫자로 가치를 비교하느라, 정작 그들이 이어온 깊은 관계와 온기는 읽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한시대의 지폐속에 가족이 함께 찍혀있는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한듯하다.

지폐를 사용하면서도 나는 늘 뒷면에 새겨진 풍경보다 앞면에 박힌 숫자의 위세에만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무언가 멀어져가거나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그 무게를 가늠하며 의미를 생각한다는것은 참으로 뒤늦은 일이다.

지폐가 우리 곁에서 점차 희귀해지는 지금에서야 그 안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내 모습이 꼭 그렇다.


멀어져간 뒤에야 의미를 찾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보다, 아직 내 곁에 머물고 있는 것들을 먼저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머문다.


그 안에 담긴 소중한 시간들을 놓치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내곁에 머무는 것들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안부를 조용히 물어보는 하루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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