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어도 여전히 안쓰러운 마음...

by 신은정


딸아이의 이삿짐을 또 챙긴다.

고시원에 들어가느라 짐을 챙겼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또다시 짐을 꾸린다.


가져갈 반찬을 먼저 챙겨두고

짐 정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어제 남편이

아직 짐을 하나도 안 샀다고 걱정하기에

“20분이면 살 건데, 내일 사도 돼”라고 했더니

그 말 한마디에 표정이 한결 든든해하며 뿌듯해했다.


큰 캐리어에는

옷걸이째로 바로 꺼내 걸 수 있게 옷을 넣고,

무거운 책은 두 개로 나누어 담았다.


이제는

무겁다는 이유만으로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나이다.


우리도 들 수 있을 만큼의 무게로 나누는 게 맞다.

짐을 챙기다 말고

“안 입는 옷은 좀 버려”라고 했더니

딸아이는 낡은 티셔츠 하나를 꺼내 보인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거야.”


낡았지만 자주 입는 이유가 있는 옷.

눈에 익숙한 그 티셔츠를 보며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버리지 못하는 마음,

그 마음도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정리된 짐들을 하나씩 현관 앞에 모아 둔다.

책, 신발, 옷가지,

그리고 반찬통까지.


이불만 챙기면

이제 정말 끝이다.


딸아이는 마지막으로

라떼를 타주고 싶어 했다.


아빠가 사오기로 했는데 깜빡 잊고 그냥 왔다.

가까운 편의점에 내려가

우유와 꼬깔콘을 샀다.


사 온 우유로

딸아이가 맛있는 라떼를 만들어 주었다.


길이 막히지 않아 35분이면 도착한다.

“이 정도면 집에서 다닐 만하네.”

“힘들면 언제든 들어와.”

“위약금 내더라도 괜찮아.”


내 말에

남편은 웃으며 말한다.

“경신이는 좋겠다.”


독주택 2층,

방은 생각보다 넓었다.


짐을 풀어주고 침대에 이불을 깔아

바로 잘 수 있게 해두고 나왔다.


돌아서 나오는 길,

남편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서른이 넘어도

여전히 안쓰러운 모양이다.


나는 그 마음과는 조금 다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는 걸 알기에

그 선택을 믿어주고 싶다.


부모라도

다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는 걸

이렇게 또 한 번 배운다.


그래도,

각자의 마음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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