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신익히생가를 다녀오며 쑥을 조금 캐왔다.
봄이 오면 나는 늘 쑥을 캐던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쑥튀김을 하고, 쑥버무리를 만들어 쌀가루를 묻혀 한 접시씩 내놓곤 했다.
봄이면 들로 나가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 일이 나에게서 조금 멀어진 이야기가 되었다.
쪼그려 앉아 쑥을 캐던 시간도, 손끝에 스며들던 봄의 향도 어느새 기억 속으로만 남아 있다.
남편은 그 아쉬운 마음을 먼저 알아챘던 걸까. 쑥을 캐와 깨끗이 다듬어 씻어서 씽크대에 올려두었다. 말 한마디 없이.
친한 언니와 조금 나누고, 쑥튀김을 했다. 남편은 너무 맛나다며 연신 칭찬하며 먹었다. 나도 한입 먹어보았다. 봄을 한입 먹는 기분이었다.
남은 쑥은 혹여 시들까 싶어 밀가루로 버무려 찜통에 쪘다. 쑥버무리.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쌀가루로 할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떡집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쑥버무리가 포장되고 있었다. 조금만 사볼까 싶었는데, 최소 금액이 8,000원이었다. 혼자 맛보기엔 선뜻 손이 가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집에 쑥버무리가 있는데, 하면서.
봄이 오면 잊지 않고 들로 나가 캐오던 쑥. 이제는 내가 가지 못하는 그 들에서, 누군가의 손을 거쳐 내게로 왔다.
그 안에는 쑥의 향기보다 먼저, 내 마음을 헤아린 시간이 함께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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