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에세이
오늘의 글감은 겨울 냉면이다.
나는 냉면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몸이 찬 편이라서인지,
음식 앞에서 차가운 것과 따뜻한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따뜻한 국물을 선택한다.
몸의 온도를 조금이라도 올려주는 음식이
나를 더 잘 돌보는 선택 같아서다.
‘냉면의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가주 작가님의 아침 메시지를 읽는 순간
“나는 냉면을 좋아하지 않는데…”
라는 생각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겨울에도 냉면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있다.
코끝이 시린 날에도 얼음 동동 띄운 그릇 앞에 앉아
아무렇지 않게 젓가락을 드는 사람들.
겨울에 먹어야 냉면 맛이 또렷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아직 냉면 맛을 잘 모른다.
차갑다는 인상만 먼저 앞서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깊은 맛까지는
아직 다다르지 못한 사람이다.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역사 수업(박연회)을 마치고
삼원가든에서 함께했던 점심 식사 자리.
날씨는 제법 쌀쌀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따뜻한 국물을 주문했다.
그때였다.
우리 회원 중 가장 연세가 지긋하신,
아흔을 훌쩍 넘긴 코리아나 화장품 회장님께서
주저 없이 물냉면을 주문하셨다.
순간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와, 제일 젊으시다.”
냉면은 추운 계절에 먹어야 제맛이라고 느끼는 분.
그분의 선택에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다져진
확고한 취향과 인생관이 담겨 있는 듯했다.
남들이 무엇을 고르든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대로 선택하는 태도.
나는 그 모습이 솔직히 부러웠다.
나는 이제 예순이다.
아흔이 넘은 그분을 바라보며 계산해보니
내게는 아직 서른 해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시간 동안
나도 내 취향을 더 알아가고 싶다.
냉면 맛을 알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겨울 냉면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처럼,
나 역시 남은 서른 해를 살아내며
내 삶의 맛을 또렷하게 배워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