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마음의 수치 90이라는 무게

by 신은정



교통사고는 육체만 부순 것이 아니었다. 사고 당시의 기억은 통째로 날아갔고, 그 빈자리는 원인 모를 불안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나를 더 깊은 어둠으로 밀어 넣은 것은 보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참다못해 오빠에게 엄마를 모셔와 달라고 부탁했지만, 어렵게 마주한 오빠는 위로 대신 서운한 말들로 내 가슴에 더 깊은 생채기를 냈다.

그날 이후,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기 시작했다.며칠이 지나니 운동도 못하고 침대와 하나가 되어 가만히 누워있는 나로 변해있었다.

결국 병원의 허락을 얻어 찾은 정신건강의학과. 각종 검사 결과, 내 불안 증세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교통사고 당시기억이 없다 기억이 사라진건 충격때문일수있다고 하며 기억이 돌아올수도 영영 돌아오지 못할수도 있다고 했다.

당장 약 복용 없이는 일상 유지가 힘들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 나이 예순에 아직도 친정 식구들의 말 한마디와 행동에 이토록 무너져야 하나' 싶어 스스로가 가련했다.

하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지금 내 마음은 보조기 없이는 화장실조차 가기 힘들었던 내 다리처럼,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한방병원으로 옮겨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기 시작했다.

처방받은 정신과 약은 독한 약이 아니라, 잠시 휘청이는 내 마음이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임시지팡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몸의 기운을 회복하며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나로 돌아왔다.

한방병원은 아침에 원장님을 만나 진료후 침을 맞고 오후에도 침을 맞는다.

잘짜여진 진료시간을 따르고 사고후 다친몸이야 시간이 지나고 재활을 하면 나아지는 병이지만 정신이 무너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여러권가져와서 읽기시작하고 간단한 기록을 남기기시작했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내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며 지팡이(약)를 내려놓을 용기를 얻었다.

한방병원간호사에게 약을 모두맡기고 잠을 이루지못할때 달라고 부탁하고 잠못들때만 한봉지씩받아서 먹었다.

퇴원하기전 정신과 약은 끊었다.


퇴원후 재활병원을 열시미다녔다.

배움숲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블러그를 배웠다. 블러그에 글을 올리면서 만나게 된 에서이가주. 가주작가님은 내게 하나님이 주신 선물같았다.

그분을 만나면서 아침 일기를 쓰고 5분에세이를 적으며 롱블랙 필사도한다.

명상도 따라하며 내 하루의루틴으로 자리잡아가고있다.

산책도 시작했다.

산책을 못할때는 헬스장에 가서 운동도하고 수영도 한다.

나의 일상이 사고전보다 더 단단해져있음을 느낀다.


"엄마가 오지 않아도, 오빠가 상처를 주어도, 너는 여전히 온전하고 소중한 사람이다"라고 자존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글쓰는 작가라는 이름이 부끄럽지않게 2월에는 공저책 [ 취향대로 삽니다]도 곧나온다.

브런치작가로 선정되어 지금은 그 공간에 글을 올리는 행복도 느끼고 있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분. 혹은 나처럼 늦은 나이에도 가족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분,

괜찮다. 약은 잠시 빌려 타는 휠체어일 뿐이다. 중요한 건 휠체어에서 내려온 뒤 내 마음의 근육을 어떻게 키우느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글을 쓰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나에게 가장 단단한 마음 근육이 되어주었다.

벚꽃잎이 내 손안에 내려앉았던 그날처럼, 스스로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나에게 소원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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