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72시간,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by 신은정



[고관절 수술 회복기 ①] 응급실부터 입원까지, 내가 겪은 첫 72시간의 혼란


당신도 그날을 기억하시나요? 세상이 한순간에 뒤집히던 그 순간을요.

2025년 2월 17일 월요일.

저는 그날 오후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강남 던롭골프로 알바를 가는 날이었어요. 한 달에 3~4번, 몇 년째 해온 일이었죠. 매주 월요일 7시 마사지 예약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조금 늦어졌습니다.

매니져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빡해 서두르며 가게를 나섰어요. 2월의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쳤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왔습니다.

'쾅!'

충격음과 함께 찾아온 고요.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건... 뭐지?'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35년을 쉼 없이 달려온 일상이 그 한순간, 거짓말처럼 멈춰 섰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들

사고 현장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제 머리 밑에 베개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누군가는 편의점으로 달려가 핫팩을 사 와서 제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차가운 2월의 길바닥 위에서, 낯선 이들의 따뜻한 손길이 저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건, 제가 "남편에게 전화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남편 전화번호를 또박또박 불러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의식이 희미한 상태에서도, 제 안의 어딘가는 살아남고 싶어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라진 하루.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의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나중에 가족들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하루 정도 정신을 잃고 헛소리만 했다고 합니다. X-ray를 찍고, 수술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을 때도, 저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남편은 그때가 너무 무서웠다고 합니다.

"당신이... 당신 같지 않았어."

지금도 그 순간을 이야기할 때면 남편은 눈시울을 붉힙니다. 항상 씩씩하던 사람이 이상한 말들을 중얼거리며 누워 있는 모습. 눈은 떠 있는데 본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 표정.

"혹시 이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건 아닐까."

수술 동의서며 각종 서류에 사인하는 것도, 병원을 결정하는 것도, 의사를 만나는 것도 모두 가족들의 몫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침대에 누워, 어딘가 먼 곳을 헤매고 있었으니까요.


72시간, 선택의 시간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을 때, 저는 용인 세브란스 병원에 있었습니다.

처음엔 딸아이가 근무하는 고대병원으로 옮기려 했답니다. 하지만 정형외과 선생님이 마침 외국 학회 중이셨어요. "고관절 골절은 시간이 생명"이라는 말에 가족들은 초조했습니다.

정신이 조금 돌아온 저는 제가 아는 지인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용인 세브란스를 소개받았고, 그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완벽한 선택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혹시 당신도 그랬나요?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자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 막막함.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는 그 두려움.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완벽한 선택 같은 건 없다는 것을. 다만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수술실 앞에서의 다짐

용인 세브란스 병원에서 고관절 치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희미한 의식 속에서 저는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들어올 땐 119 앰뷸런스에 실려왔지만, 퇴원할 땐 반드시 내 두 발로 걸어나갈 거야.'

그것만은 확실했습니다.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겠다는 것.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진짜 싸움은 그다음부터였으니까요.


당신에게

응급실에서 수술실까지의 72시간. 그 시간 동안 무엇보다 이것만은 꼭 기억해주세요.

당신 곁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외투를 벗어준 낯선 이처럼, 밤새 고민하며 최선을 찾은 가족들처럼. 당신이 쓰러진 그 자리에, 반드시 누군가의 손이 닿아 있을 겁니다.

완벽한 선택은 없습니다. 준비된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처음 겪는 일 앞에서 떨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했으니까요.

우리, 함께 해내요.


다음 글 예고

② 어떤 병원과 의사를 선택해야 할까


독자님께

혹시 지금 같은 아픔을 겪고 계신가요?

혹은 가족이 이런 상황에 계신가요?

이 글이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연재 소식

이 글은 곧 출간될 전자책 <사라진72시간, 사랑은 멈추지잃았다>의 일부입니다.

전자책에서는 더 자세한 병원 선택 과정, 구체적인 재활 운동법, 심리적 회복 이야기, 보험 청구 실전 팁 등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저처럼요.

우리, 함께 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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