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하나에 담긴 생명

삶은 예술로 빛난다 ㅡ북클럽 12일차

by 신은정


물방울 하나에 담긴 생명

김창렬 작가는 총알의 기억을 물방울로 바꾸어, 죽어간 친구들에게 바치는 제사처럼 조용히, 그리고 집요하게 캔버스 위에 새겨 넣기 시작했다.

지금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물방울은 마음속에 고인다.

언제든 사라질 수 있었던 생명, 붙잡지 못한 순간들,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오래된 미안함을 김창렬 작가는 투명한 한 방울 안에 영원히 붙잡아 두었다.

그의 물방울은 결국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사라질 것만 같던 기억과 슬픔은, 때로는 예술이 되어 다시 살아난다고.

가주 작가의 12일 차 메시지를 읽는 순간, 며칠 전 블로그에 올렸던 김창렬 작가의 물방울 그림이 다시 떠올랐다.

올해 아흔한 살의 그는 전쟁 속에서 중학교 동창 120명 중 절반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비극을 겪었다. 총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가며 간신히 살아남았고, 그 뒤로 평생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가난했던 파리 유학 시절, 그는 마굿간을 개조한 좁은 방에서 그림을 그렸다.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이전에 그린 그림 위에 다시 그리려 분무기로 물을 뿌리던 어느 날, 햇볕에 반사된 그 표면에서 작은 물방울이 맺히는 장면을 보았다.

그 순간, 오래된 감정과 상처를 하나의 물방울로 표현해보고 싶어졌는지도 모른다.

전시장 한가운데서 나는 그 물방울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톡 하고 터질 듯 매달린 표면. 손끝으로 눌러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알고 난 뒤, 물방울 하나하나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김창렬이 그리는 친구들처럼 보였다. 이름도, 얼굴도 잃어버린 사람들을 대신하는 작은 흔적처럼

지금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물방울은 마음속에 고인다.

언제든 사라질 수 있었던 생명, 붙잡지 못한 순간들,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오래된 미안함을


김창렬 작가는 투명한 한 방울 안에 영원히 붙잡아 두었다.

그의 물방울은 결국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사라질 것만 같던 기억과 슬픔은, 때로는 예술이 되어 다시 살아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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