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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요?"

by Goemgoem

"환자분은 중증 우울증과 함께 불안장애와 적응장애까지 있으시네요"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바로 "네? 제가요?"라는 말이었다.

남편과 가족 심지어 내 주변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똑같은 반응으로 이야기를 했다.

"에? 네가?"


맞다.


나는 그 누가 보기에도 MBTI가 EEEE인 외향적인 사람이며

누구와도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나의 중증 우울증 소식에

아무도 공감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만의 '사이좋게'라는 것이

나를 점점 좀갉아 먹고 있었으며

곪을 만큼 곪은 상태로 나를 해치고 있었다.


결국 열심히 앞을 보고 달려야 할 35세

사회생활에 한창이어야 할 나이에 휴직을 시작하여

결국 36세에 퇴사까지 하게 되었다.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너무나 힘든 상태가 된 것이다.


사이좋게-라는 말은 누군가와도 문제없이 친하며

늘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리는 의미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했다.)

그러기 위해선 싫은 것도 좋아한다 말을 해야 했으며

누구도 원치 않으며 귀찮아하는 일을

내가 자진해서 해야 하기도 했다.

그래야만 '사이좋게'가 가능한 줄 알았다.


내가 정한 의미의 '사이좋게'를 35년 동안

끊임없이 지속하며 유지하다 보니

내 마음은 멍이 들고 속이 곪아

어떻게 대처하며 낫게 해야 할지를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휴직을 하는 동안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너무나 필요하다는 말에

내가 뭘 좋아하며 어떻게 하는 쉬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실행할 수가 없었으며

오히려 남편이나 남을 통해 물어보며

휴식은 어떻게 취하는 것인지 알아야 했다.

그만큼 나에 대한 것이 단 1도 없었던 것이다.


남에게 맞추며 그 '사이좋게'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노력해 왔던 시간들이

나 자신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겉은 싱싱하지만 속은 상해 비틀어진 채

점점 시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이제야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선

'날 좀 봐줘'라며 소리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우울증과 각종 정신질환 환자가 되었다.


당연히 사람은 이기적이지 않아야 하며

내가 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괜찮아야 하는 줄 알았다.

남을 배려하는 게 보다 나은 사람이라 생각했으며

남들이 원하는 걸 선택해 원만한 의견 조합이 되어야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을 잘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다내가 정한 '사이좋게'의 의미였으며

나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충분한 상담과 치료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상담을 통해 내가 나를 좀 더 알아가며

정확하게 '사이좋게'지내는 것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이를 단단하게 구축해 나가는 중이기도 하다.


많은 시간과 의지가 필요하겠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기에

꽤 많은 시간을 멈춰간다 하더라도

꼭 마무리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보다 건강한 나의 내면의 삶을 위하여.


물론 동전의 앞 뒤가 뒤집어지듯

한 번에 확 바뀌는 결과가 나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의견이 이렇다는 걸 조금이나마

남에게 꺼내 볼 수 있을 정도는 되었으며

조금이나마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여전히 나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그간의 사연을 듣고선 항시 똑같이 대답한다.


"에? 네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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