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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Nov 30. 2022

믿음의 힘




뻔한 얘기, 설득하는 얘기, 당연한 얘기라는 생각에 스킵하는 글이 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이것 또한 듣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만 지향하는 나의 성향 탓이란 생각이 들었다.   글의 행간에서 생각이 맴도는 글을 만나면 좋다. 오래도록 읽고 또 읽고 나를 돌아보게 하고 메모를 해두게 하는 글.  책에서 그런 글을 만나면  든든하다.   정신적 멘토를 곁에 두고 언제든 찾아가서 헝클어진 내 맘을 빗질하고 싶은 책.  그런 책을 만났다.  


니콜 르페라의 <내 안의 어린 아이가 울고 있다>.   코넬 대학교와 더뉴스쿨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임상심리학자 니콜 르페라가 상처 입은 내면아이와 화해하는 치유의 심리학을 책에 소개하고 있다.  실제 내담자들과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생생한 사례들이 담겨 있어 독자들은 자신의 심리 상황과 견주어 보면서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다.  


성공한 심리학자조차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공황장애 약을 먹고 불안과 우울의 늪을 건너왔기 때문에 오히려 내담자들의 입장에서 치유법을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상처 입은 모든 이들을 위한 따뜻한 심리서에서 다양한 치유의 사례를 통해 나에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1979년, 하버드 대학 심리학자 앨런 랭어는 보스턴 지역의 요양원에서 70~80대 노인을 모집해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주 동안 실험을 했다.  믿음의 힘과 그 힘의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첫 번째 노인 그룹에는 하룻밤 사이에 시간이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살아보라 했고,  두 번째 노인 그룹에는 현재의 시간대로 살아가되 과거를 회상하라 했다.   


첫 번째 노인 그룹이 머무는 곳은 젊어진 것처럼 살아가는 노인들의 생활방식에 어울리게 꾸몄다. 그들의 20년 전 그 시대를 재현해놓았다.  거실 곳곳에 1950년대 날짜가 박힌 '라이프Life'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Saturday Evening Post' 지난 호를 배치해놓고, 흑백텔레비전으로 194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방영됐던 버라이어티 쇼 '에드 설리번 쇼'를 시청하게 했으며, 당시 유행했던 팝송이나 영화를 감상하게 했다.  대화도 20년 전 최대 이슈였던 최초의 미국 위성 발사와 쿠바의 카스트로 등장, 심화하는 냉전 갈등 같은 과거의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거울은 없애고 참가자들의 20년 전 사진들을 걸어놓았다.  마치 다니엘 오뗴유 주연의 프랑스 영화 '카페 벨에포크'가 연상되듯이.


영화 '카페 벨에포크'(2020)








과연 일주일이란 짧은 시간 동안의 실험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일주일 동안 진행된 실험 결과가 궁금해진다.  노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변화를 보인다.  양쪽 그룹 모두 신체와 인지, 감정 측면에서 크게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신체적으로는 구부정한 자세가 개선되었고, 관절염에 걸렸던 손가락도 유연하게 움직였으며, 심지어 훨씬 더 건강해진 것 같았다.  이런 실험 사실을 모르는 관찰자들에게 노인들의 일주일 '전'과 '후' 사진,  즉 비포 애프터 사진을 찍어 비교해달라 했다.  그러자 '후' 사진이 '전' 사진보다 적어도 2년 전에 촬영한 것 같다 했다.  심지어 20년 전 젊어진 모습대로 살아간 노인들 중 63%는 미각, 청각, 시각 등 오감 능력까지 향상되는 결과가 나왔다니 링컨의 명언이 생각난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인간은 주어진 시간의 70%를 부정적인 생각으로 보낸다고 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란  오시마 노부요의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이해되는 지점이다.  손톱만 한 불안감이 어떻게 삶을 갉아먹는지, 상상 속에서 키운 괴물이 삶을 어떻게 잡아먹는지 공감되는 분들 많을 거다.  생각하지 않으면 불안은 사라진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믿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주체임을 깨달으면서 자기와 생각이 분리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일상생활에서 너무 많은 통제권을 생각에 넘겨주게 된다.  








불안을 잠재우고 의식을 명확하게 깨닫기 위해선 매일 습관처럼 해야 되는 약속이 있다. 

  

     하루 중 1~2분 동안 무엇을 하든 그 순간에 진지하게 임해서 집중하는 연습을 한다.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를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냥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연습을 하자.   


     현재의 순간에 발을 디디고 선다.  설거지를 한다 가정해 보자. 손에 닿는 세제를 느끼고, 두 손에서 세제 거품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깨끗이 닦이는 그릇을 느껴본다.  공기 중에 떠도는 향을 맡아본다.  이렇게 하면 그 순간에 머물 수 있다.  그 순간에서 벗어나라고 명령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활동을 1~2분 동안 하고 나서 자신에게 투자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면 자신의 정신과 신체가 그 느낌이 어떠했는지 이해할 수 있고, 치유 작업에 시간을 투자한 자신에게 감사할 수 있다.   


     이 연습 활동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한다.  이 활동의 목적은 매일 새로운 선택을 연습하는 것이다. 자신이 의식적으로 정한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 알림을 설정해놓는 방법도 좋다.  알림이 울릴 때마다 자신의 주의가 어디에 쏠려 있는지 확인하고, 현재의 순간에 몰두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시 한번 일깨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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