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 Nov 09. 2022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아홉 번째 파도'

유럽 최고 해양 풍경 화가

  이반 아이바좁스키, <아홉 번째 파도>, 캔버스에 유화, 221×332cm, 1850년, 러시아 미술관 



아주 오래전 과학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선원들은 폭풍우가 몰려올 때 자신들의 감각을 통해 파도의 단계를 구분했다 합니다.  그중 아홉 번째 파도가 가장 크고 강력했다는데,  이반 아이바좁스키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그 광풍의 바다를 화폭에 옮겼습니다.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아홉 번째 파도>를 처음 봤을 때 마음이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영화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순간 불행에 대처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도 생각났지요.  모두 다 생존의 밧줄을 찾아 우왕좌왕할 때 갑판 위에서 끝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았던 네 명의 음악가.   너무나 숭고해서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https://youtu.be/U41txhi2nfY



타이타닉에서 연주했던 실제 연주자들의 모습이 담겨있는 영상입니다. 

타이타닉의 일부 생존자들이 나중에 배가 침몰할 때 배의 현악 앙상블이 찬송가 Near, My God to Thee를 연주했다고 기록을 남겼습니다. 


https://youtu.be/ur9JHXirUBs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아홉 번째 파도>의 바다를 보고 있자면 자연의 위대함에 맞선 인간의 강한 의지를 느낍니다.  1850년 이 작품이 모스크바에서 전시됐을 때, 도스토옙스키는 "사람의 마음을 격렬하게 뒤흔드는 영원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라며 극찬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보고 사람의 마음을 격렬하게 뒤흔드는 영원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는 찬사가 어떻게 나올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아홉 번째 파도>를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섬세하게 들여다보면 그런 격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이반 아이바좁스키, <아홉 번째 파도>, 캔버스에 유화, 221×332cm, 1850년, 러시아 미술관 



모든 것을 다 집어삼킬 듯한 공포스러운 파도 저 멀리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불타는 듯한 하늘을 향해 살아남은 이 중 한 명이 손을 높이 들어 구명탄을 쏘듯 붉은 천을 흔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폭풍우를 만나 배와 동료들을 잃고 밤새 사선을 넘나들었을 저들.  난파당한 배의 돛대를 부여잡고 간신히 버틴 그들 앞에 떠오르는 태양은 아마도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습니다.   


거친 파도와 망망대해에 인간의 존재는 나약하지만 그럼에도 필사적인 노력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감동스럽습니다.  이반 아이바좁스키는 바다보다 하늘을 더욱 넓게 그리면서 차가운 바다보다 뜨겁게 타오는 붉은 하늘을 강조합니다.  대자연 앞에서 초라하지만 투쟁을 멈추지 않는 우리에게 화가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반 아이바좁스키, <무지개> , 캔버스에 유화, 102×1,325cm, 1873년,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작품 중 <아홉 번째 파도>와 흡사한 느낌의 <무지개>란 작품도 숨이 멈춰집니다.  경이로운 자연의 힘 앞에 무력하게 무너진 인간의 창조물과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 거친 파도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강인함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나약한 인간들 앞에 자연은 무지개와 갈매기를 보내 여전히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자연의 위대함과 그 앞에 선 인간의 강한 의지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최고의 낭만주의 작품을 통해 항해와 같은 인생을 떠올렸습니다.  항해를 하다 보면 폭풍우와 거친 파도와 풍랑도 만나기에  꽃길만 걷는 순항은 없습니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험난해서 고단해질 때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아홉 번째 파도>나 <무지개>를 보고 있으면 호랑이이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란 속담의 주체는 인간의 의지였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림 읽기  #작가 #미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