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촬영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밥 해리스,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잠시 머물고 있는 샬롯. 그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의 말이 통역을 통해서만 소통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깊은 소외감을 느낍니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보면서 저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밥과 샬롯이 참 외로워 보인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 보니까 사실... 이들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있어도, 왠지 마음이 소통되지 못한다는 깊은 소외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들은 이런 소외감과 외로움을 가족에게서도 느낍니다. 늘 남편과 함께 하지만, 아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남편은 언제나 자신의 일 이야기뿐이고요. 남편과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을 하기보다는, 오직 집안 인테리어와 아빠로서 남편으로서의 책임만 팩스와 전화로 물어오는 아내.....
그런 아내와 남편에게 밥 해리스와 샬롯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방인들에게 느끼는 그런 소통불능의 외로움을 똑같이 느끼게 됩니다.
함께 살면서 혈연의 끈으로 묶여있는 가족..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 함께 생활하는 직장동료.. 이렇게 몸과 마음이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나는 혹시 통역자가 필요할 만큼 마음의 문을 닫아놓고 사는 것은 아닌지...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 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운슬러는 어떻게 하라... 이렇게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 아니고요...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이 환자를 상담할 때,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상처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들어주는 모습을 우리는 <아들의 방>이나 <세렌디피티> 같은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요.. 이야기하는 모습이 대화라기보다는 ,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모습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대화라는 것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런 대화보다는 자기 이야기만을 하고 또 상대는 그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신이 할 말만을 해서요.. 서로 긴 시간 이야기를 했는데도, 왠지 마음이 쓸쓸해져서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런 쓸쓸함이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밥 해리스와 샬롯에게서 고스란히 묻어 나왔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