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감을 표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적절한 말 한 마디를 하지 못해
꼬이고 어려워지는 관계를 많이 본다.
현실에서도 적절한 때에 적절한 표현으로
서로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때가 얼마나 많은가?
독심술을 갖지 못했으니
당신 마음 안에 고이 모셔둔 생각을
읽어낼 수도 없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표현을
건네는 능력이 퇴화되면
사랑은 공기 중에 방치된 빵처럼 굳어 버린다.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에 결혼을 결심했던 남녀.
십년 뒤에 이들은 말 없이 사는 것이
더 익숙해진 위기의 부부가 됐다.
그런 아내가 어떤 남자 앞에선 웃음도 화사해지고,
시시콜콜 얘기도 많아진다.
십년 전 내게 했던 것처럼.
말이 통해 결혼했던 이들은
이제 대화하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함께했던 물리적 시간과 심리적 간격이
반비례한다는 슬픈 현실,
만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는 과연 무엇일까?
내가 그에게, 그녀에게 듣고 싶은
따뜻한 말 한 마디는 무엇일까?
내가 간절히 듣고 싶은 그 말을,
그 눈빛을 상대에게 먼저 건낼 수 있는 것도
어쩜 큰 용기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거절 당해도 상처받지 않을 용기.
대화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초상. 리우젠윤의 동명 소설을 리우유린이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그녀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구두 수선공 아이궈는 아내와 불화 중이고, 길거리 음식 장사를 하는 그의 누이 누나인 아이샹은 뒤늦은 결혼을 생각한다. 그들 모두가 누군가와의 대화를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상황은 정반대로 향한다. 아이궈는 아내와 헤어지고, 아이샹은 이혼남 지에팡과 결혼한다. 아이궈는 아내를 찾으러 다니던 중 어린 시절 친구였던 추홍과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녀 역시 남편과의 대화단절로 이혼한 상태이다. 아이샹과 지에팡과의 사이도 원만하지 못하다. 그들은 왜 대화가 단절되었을까? 왜 아이궈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추홍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을까? 리우유린은 아이궈와 그의 아내, 아이샹과 지에팡의 감성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인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지석_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