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까마득한 어느 날부터 열람도 활동도 하지 않은 채 계정만 존재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광대한 데이터 클라우드를 통해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방대한 인맥 그물망에 쌍끌이처럼 걸려들어 업데이트되는 리스트들이 불편하다. 받자마자 읽지도 않은 채 구겨 버려지는 전단지나 쓰레기와 섞여 버려지는 명함 같은 불특정 다수의 인명록이 재활용 포장지로 굴러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 Pixabay에서 자료를 검색하는데 페이스북 메신저 창이 갑자기 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계정으로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있기에 페이스북 창이 열렸나 보다. 기록을 보니 내가 2012년 어느 날 한 친구의 페이스북에 메신저로 글을 남겼고, 그로부터 사흘 뒤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그 과거의 메신저가 무언가를 잘못 클릭해 갑자기 소환된 거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아마도 친구가 당시 아프다는 것을 페북에서 알게 됐나 보다.
그냥 늘 거기 있는 사람. 손 내밀면 언제든 잡아줄 수 있는 사람. 시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어제 만난 것처럼 익숙하게 말문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 페북 보니 그동안 아팠나 보네. 페북이 아직은 낯설고 잘 몰라 이것을 이용해 소식 전하는 것이 아직 두려운 은둔녀. 오쇼 라즈니쉬, 크리슈나무르티, 장 그르니에와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는지.... 난 너의 명료한 정신세계와는 달리 둥글둥글 삐죽삐죽 살고 있다. 널 보면서 맞장구 해대는 재미,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멀리 있다. 잘 지내^^
2012년 3월 13일 오후 10:40
새벽 댓글 달았는데 잘못 간 것 같네.
나보다 날 더 잘 헤아리는 친구가 있어 지금도 혼자인 내가
외롭지 않은 이유 ㅎ...
나의 책 속의 스승까지 기억하는 그대
고맙고 감사해요.
봄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길...^^
2012년 3월 16일 오후 8시 12
몸이 약해 또래보다 2년 늦게 학교에 입학한 친구. 내력이 강해 전교생의 상담창구가 돼주었던 최고의 인싸였던 친구. 대부분의 친구들이 진학을 선택할 때 대학가에 만화가게를 차려 남과 다른 인생행로를 걸었던 엉뚱했던 친구. 뒤늦게 시작한 공부로 석사 학위까지 취득해 누구보다 엄격하고 열정적인 직장인으로 변신했던 친구. 일 년에 한 번 통화를 해도 어제 만난 친구처럼 장황한 안부 인사 생략한 채 편안한 대화가 이어졌던 친구. 친구가 2019년에 암 투병을 끝내고 떠났다. 친구가 떠난 뒤에야 나는 소식을 들었다. 사회복지센터 국장으로 마지막까지 힘을 다 쏟아부었던 친구.
멀리 떨어져 산다는 이유로, 친구가 바쁠 거라는 이유로,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가장 좋을 때 봐야겠다는 갖은 핑계로 미뤄뒀던 연락과 만남.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2022년. 내 그리움의 클라우드를 열어 그들과의 접속을 시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