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를 시작하며 다짐한 게 있다. 날씨에 굴복되지 말자. 쉽게 꺾이고 포기 빠른 성정을 가졌기에 내 의지의 재발견을 하고 싶어졌다. 비가 오락가락하지만 이 정도 허들에 흔들릴 순 없다. 집에서 나오니 어제까지 못 봤던 맨드라미가 보인다.
여름을 나며 꽃보다 풀의 지분이 더 넓어진 화단에 누군가 야생화를 한두 포기씩 심기 시작했다. 풀협죽도, 삼입국화, 꽃범의 꼬리속, 풍접초 같은 9월의 야생화 속에 새뜻한 개량종 맨드라미가 어제 사이 입주를 마쳤다. 궁금해진다. 마음이 화단까지 닿아있는 이웃은 누구일까. 그분의 꽃 달력 덕분에 오늘도 나는 화단에서 계절의 이정표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