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윗 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by 봄날






1.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자 레미 산책을 서둘러 다녀왔다. 들어오는 길에 이웃을 만났다. 감자 수확을 했는데 필요하면 가져가라 했다. 지난해 김장철에는 현관 문고리에 홍게 간장과 무가 담긴 봉투가 걸려있었다. 예상되는 분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모두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필시 배달 사고일 거라 생각이 됐다. 심부름꾼의 동호수 착오로 인한 배달 사고. 분명 주인이 찾아올 거란 생각에 얼마간 보관을 했다. 현관문 앞에 메모도 붙여놓았다. 하지만 찾으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2.


내 주변엔 시골에 세컨드 하우스를 갖고 있는 이웃이 여럿 있다. 농사와는 관계없던 일을 하신 분들이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 수확을 하고, 그러다 그 땅에 집을 짓고 점차 내려가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제는 농사지은 배추와 고추, 무 등으로 김장 담그는 일은 당연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분들 덕분에 지금 이맘때 무엇을 심는지, 무엇이 수확되는지 나도 덩달아 알게 됐다. 칠월이면 양파가 수확되고 상추가 흐드러지며 오이, 가지, 감자를 수확하고 노각이 익어가고, 호박에 살이 차오르며, 피망과 고추가 상품으로 내놓아도 될 만큼 튼실하다. 고구마 순, 마늘종, 머위 줄기, 여름 마늘과 오디가 수확되고, 대파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햇살에 달궈진 토마토의 단내가 입맛을 당긴다. 이 모든 것을 이웃들은 우리 집 문고리에 걸어놓아 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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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이웃이 배달해 준 오이소박이와 찐 감자로 소박한 성찬을 차렸다. 오이를 절이고 재료를 손질하며 양념을 준비했을 긴 과정을 생각하니 감사함이 두 배다.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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