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생각

감당하는 삶

by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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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조제를 버리고 떠나온 츠네오는 길바닥에서 아이처럼 펑펑 운다. 하지만 조제는 오래전부터 이별을 준비해 온 것처럼 혼자서 담담히 외로움을 감당해 나간다. 조제처럼 삶의 무게를 감당해 내는 사람이 존경스럽다. 사랑조차 싫어서가 아니라 사랑이 끝나고 난 후의 외로움을 감당하기 싫어 사랑을 회피한다는 고백을 들은 적 있다. 버림받을까 사랑하지 않고, 실패할까 시도하지 않고 실망할까 기대하지 않는 삶은 버림받지도 실패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아 행복할까. 아픔이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고 마음이 알려주는 신호다. 상처와 아픔이 없다는 것은 소중한 것이 머문 적 없다는 방증이다.





2.

올해는 소식이 오래전 끊긴 인연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 오랜만의 연락이니 가족이나 지인들의 근황부터 묻는다. 그러다 보면 그사이 생로병사 중 가족의 '로병사'로 힘든 시간을 보낸 얘기도 듣게 된다. 과거형으로 말하지만 고통을 감내한 그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절로 탄식이 나온다. 어떻게 그걸 감당하고 여기까지 걸어왔을까.





3.

모든 부고는 슬프지만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통증이 몇 곱절 심하다. 어릴 때 보고 자랐고 성장해서는 친구 결혼식 때 말쑥한 청년으로 나타나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던 친구 동생. 내 기억 속에 여전히 소년과 청년 사이에 머물러있기에 더 슬프다. 슬픔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생기는 감정이다.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꼽아본다. 결핍으로 인한 조급증이 아닌 일상의 무한 반복에서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본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처럼 능히 견디어 낼 수 있는 감당의 내력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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