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에 흐르던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by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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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XJmP2TzospU







영화 <로마>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나가기 전 '리보를 위하여(Para Libo)'라는 문구가 뜬다. 영화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1살도 안 됐을 때부터 자신을 키우고 돌본 '리보 마마', 즉 그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유모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마>는 예술 영화지만 극사실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영화에 쉽게 몰입하게 만든다. 화려한 액션이나 유명한 배우, 극단적인 반전이 없음에도 이 영화는 개봉되자 수많은 화제를 낳았고, 제75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고전적 묘미가 살아있는 흑백영화, 넷플릭스가 투자한 영화로 흥행보다 더 특별한 가치를 보였다.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에는 영화의 내용을 설명하거나 부연하는 '상황 외 음악'이 등장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영화를 위해 작곡하는 오리지널 스코어 음악이 없다. 대신 실제 생활처럼 라디오나 전축에서 음악이 나오거나 상점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든지, 등장인물이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식으로 영화 속에서 음악이 대체된다. 즉 어떤 효과를 주거나 꾸밈을 주는 배경음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대한 평범한 소리, 즉 바닥을 비질하는 소리나, 개 짖는 소리, 옥상에 널어놓은 빨래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 같은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상황 내 음악'을 사용한다. 멕시코 시티의 노점상과 도로에서 나는 고유의 소리를 따로 녹음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서 더 진지하고 현실적으로 완성된 영화 <로마>.




이 영화에 흐르던 클래식 곡이 있다. 클레오가 일하는 집의 가장이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아버지로 상징되는 안토니오가 늦은 밤 귀가해서 집안에 차를 주차하는 장면에 흐르던 곡. 안토니오가 차 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듣던 음악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작품 14에 2악장 무도회에서이다.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아내 소피아와 반대로 외도를 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의사인 남편 안토니오가 차 안에서 볼륨을 높여 듣던 음악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작품 14. 2악장 무도회에서.









https://youtu.be/bNeDT-U9eg0




베를리오즈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인 '환상 교향곡'은 낭만파 교향곡 중 손꼽히는 명작이다. '어느 예술가의 생애의 에피소드'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곡은 베를리오즈 자신의 실연에 바탕을 둔 이상한 환상을 이야기풍으로 엮은 표제 음악이다. 당시 파리 음악원의 학생이었던 그는 마침 파리에 와있었던 영국 셰익스피어 악단의 상연을 보고 오펠리아와 줄리에트를 연기한 주연 배우 해리엣 스미스슨을 열렬히 사모하게 되었다. 고민 끝에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지만, 당대의 인기 여배우는 가난하고 무명인 음악가를 상대하지 않았다. 이 실연이 '환상 교향곡'을 쓰게 하는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고 일컬어진다.


베를리오즈가 26세 때 완성하고 1830년 12월 5일 초연했던 환상 교향곡에서 '묘사'하려고 했던 것은 해리엇 스미스슨이라는 아일랜드 여배우를 향한 극심한 사랑의 열병이었다. 그는 이후로도 스미스슨의 마음을 얻으려 강박에 가까운 노력을 들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베를리오즈가 친구에게 쓴 편지엔 그때의 고통이 절절히 흘러나온다. "자네는 그게 뭔지 말해줄 수 있나? 나를 소진시키는 이 감정의 소용돌이와 고통의 힘이 무엇인지 말이야. 친구여, 나는 극도로 비참하다네. 오늘은 내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지 1년째 되는 날일세. 불행한 여인이여,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이 말을 쓰면서 몸서리를 치고 있네. 해리엇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베를리오즈는 지극히 낭만적인 인물이었고 자신이 영웅인 베르길리우스, 셰익스피어, 베토벤의 작품에 눈물을 흘렸다. 베토벤에게 '경외심을 느꼈던' 그는 크리스토프 빌발트 글루크의 음악 역시 흠모했으며, 바그너, 리스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말러 같은 이후의 많은 낭만주의자에게 영향을 주었다.


1892년 초, 베를리오즈는 한 친구에게 이렇게 밝혔다. "나는 얼마 전부터 줄거리가 있는 교향곡을 염두에 두고 있어. 머릿속에 담아두었다는 말이지. 곡을 꺼내놓는 순간 음악계는 깜짝 놀랄 거야." 음악계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베를리오즈가 26세 때 완성하고 1830년 12월 5일 초연했던 환상 교향곡에는 '어느 예술가의 삶에 대한 에피소드'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베를리오즈가 '묘사'하려고 했던 것은 해리엇 스미스슨이라는 아일랜드 여배우를 향한 극심한 사랑의 열병이었다. 그는 이후로도 스미스슨의 마음을 얻으려 강박에 가까운 노력을 들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음악의 힘은 얼마나 강한가. 환상 교향곡은 마침내 스미스슨을 설복시켰고, 1833년 10월 이들은 결혼했지만, 이 결합은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았다.





https://youtu.be/27BOyaWSmuM?t=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