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민 10년 차가 이야기하는 즐겁게 독일 겨울을 보내는 법
어김없이 겨울이 왔다.
독일의 겨울은 뭐라 할까, 음습하다고 할까. 한국 같은 칼추위는 아니지만, 왠지 해가 들지 않아 좀 기분이 나쁜(?) 종류의 으슬으슬함이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독일에 오고 처음 몇 해는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막상 뭘 하면서 기나긴 겨울을 나야 할지 두려움이 앞섰다. 몇 년 더 지내보니, ‘독일의 겨울'에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과 소소한 재미들이 꽤 있어, 지금은 이 계절이 은근히 기다려지기까지 하다.
그리하여, 독일에서의 열 번째 겨울을 맞이하여 써보는, 이 계절을 즐겁게 슬기롭게 보내는 나름의 요령을 적어본다.
독일 겨울을 슬기롭게 보내는 법 (1)
따뜻하게 몸을 데워주는 겨울철 로컬 음식 즐기기
여기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진 않지만, 겨울철에 먹는 음식은 든든하고 추위를 녹여주는 요리가 많아 못 먹고 지나가면 아쉬울 정도다. 다만 그 요리들이 “독일” 요리냐, 그건 또 아니고. 독일 음식이 학센이랑 소세지만 있냐, 그건 흠냐.
속을 따땃하게 해주는 굴라쉬를 비롯한 수프/아인토프,
좋아하는 재료를 구워 누른 치즈와 함께 먹는 라끌렛,
한 번 빠지면 중독적인 치즈/고기 퐁듀,
오븐에 구워내면 고기보다 더 맛있는 방울 양배추,
시즌 메뉴로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사슴/멧돼지 고기,
특별한 날 여럿이 먹어야 하는 로스트비프,
주로 고기 요리에 곁들여지는 크뇌델(빵떡)과 뜨겁게 데운 로트콜(적양배추절임)까지.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독일 겨울 음식은 ‘린더룰라덴 (Rinderrouladen)’이라는 요리이다. 이름 그대로 린더(소고기)를 룰라덴(말다)한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조리 과정은 간단하지는 않은데, 완성되면 그만한 가치의 맛이 보장된다.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만큼 독일 가정에서는 명절에 여럿이 모여 음식이고, 애인 가족은 늘 크리스마스이브날 룰라덴을 먹는 전통이 있다. 대략적인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1. 얇게 저민 소고기에 머스터드를 바르고 소금, 후추로 간한다.
2. 그 위에 베이컨, 양파, 피클을 올리고 돌돌 말아 이쑤시개나 실로 고정한다.
3. 버터나 오일을 두른 팬에 롤라덴 바깥 면을 굽는다.
4. 롤라덴을 다른 냄비에 옮기고, 팬에 남은 기름으로 셀러리, 양파, 서양 부추를 볶는다.
5. 야채가 어느 정도 익으면 레드와인을 조금씩 넣고 디글레이징 하면서 육수를 만들고 비프 스톡, 소금, 후추로 간한다.
6. 룰라덴을 다시 육수에 넣고 천천히 조린다. 무쇠솥이면 오븐에 넣고 1-2시간 익힌다.
7. 롤라덴을 건져내고 소스에 전분가루를 넣어 되직하게 만든다.
8. 롤라덴 위에 소스를 뿌리고 로트콜을 곁들여 낸다.
9. 맛있게 먹는다. 롤라덴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니 과식하지 않도록 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