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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리 May 12. 2019

사회초년생들이여 이 책을 읽어주십시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전 분야가 뭐가 됐든간에, 제가 처음 도전하는 분야면 일단 관련된 책을 읽습니다. 스페인어를 공부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인강을 시작하기보다 <스페인어 첫걸음>스러운 책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뜨개질을 해볼까 생각했을 땐 <일주일 대바늘 마스터>같은 책을 빌렸고, 신세계의 신이 되려고 했을 땐 <데스노트>를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공부의 시작을 책으로 하는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동영상, 강의, 실제 경험으로 첫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조용하게 공부할 땐 책만한 게 없거든요. '전체적으로 개괄'한다는 느낌에서도 책이 좀 더 좋다고 느끼고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처음 도전하는 분야는 스페인어, 뜨개질, 신세계의 신처럼 분야가 명확하게 딱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기획하고 보고하고 회의하는, 표준의 회사 사회생활에 도전하는데, 이럴 땐  대체 무슨 책으로 무슨 공부를 해야하는 거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읽자니 일보다 처세를 먼저 배우는 기분이고, <회사 업무에 꼭 필요한 엑셀>을 읽자니 회사에서 엑셀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이 두 책이 꺼려진 이유는 이겁니다. 너무 회사생활의 부분만을 배울 수 있어요. 처세와 엑셀은 회사생활이라는 파이에 포함되는 건 분명 맞지만, 그 둘을 합친다고 회사생활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전 회사생활을 '전체적으로 개괄'하면서 공부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그런 책이 있었습니다. 회사생활을 처음부터 공부할 수 있는 책.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였습니다. 제목부터 벌써 뭔가 찰떡콩떡하지 않나요? 맞아요. 전 사실 회사생활을 공부하기는 개뿔 그냥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어려운 것도아니고 단순하게 하는 거라니 만세만세만만세입니다.


이 책은 정말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방법은 정말 단순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획서 쓰기, 보도자료 작성, 수치 해석, 직장 내 인간관계까지, 회사 업무의 다양한 파트를 망라하면서도 쉽고 단순한 방법을 제시해 머릿속에 챱챱 흡수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학교에서의 글쓰기와 직장에서의 글쓰기는 다릅니다. 학교의 글쓰기는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하지만, 직장의 글쓰기는 '상대방이 뭘 알고 싶어하느냐'가 중요합니다." (136)
"(유사 대답을 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는 이해합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 민망하니 비슷한 정보라도 계속 들이밀고 싶어지는 거예요.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합시다. 모르는데 대화를 끌면 상황만 더 복잡해질 뿐입니다." (227)

내 옆자리 팀원이 날 감시하고 썼나요? 어쩜 제 상황에 이렇게 정확하게 들어맞는 발언을 하는 거죠? 하늘이 놀라고 씨씨티비가 놀라고 노동청이 놀랄 일입니다. 이것들은 보편적인 상황에 대한 해결방법이지만, 좀 더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작성자의 설명을 들어야만 비로소 이해되는 보고서는 너무 복잡하게 썼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전체 요약 박스와 소제목별 요약 한 줄은 아무리 심오한 보고서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155)
"참고할 만한 보도(홍보)자료가 필요하다면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시길 바랍니다. 기업과 가장 유사한 버전은 산업통상부지만, 기획재정부나 문화체육관광부도 잘 쓰는 편입니다."(167)

이런 것들입니다. 이 중에 몇 개는 실제 업무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어서 정말 유용하게 썼습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직장생활 마스터 분들은 콧방구를 뿡빵 뀌실 수도 있겠습니다. 뭐 이런 당연하고 기초적인 걸 책까지 사서 보느냐 싶으시겠죠. 몇 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것들인데 너무 공부하려고 들지 말라고 하실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인간으로 자라버린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현장으로 나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인간으로 성장한 것을. 그래서 뭐라도 도움이 될 만한 건 미리미리 꿍쳐놓는 것이 마음이 편한 인간인 것을.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가 저의 사회생활 바이블이 되어버린 것을. 그리고 나와 같은 초년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서 안달난 오지라퍼인 것을...




포스트잇이 쉴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웃기고 공감가고 배울 포인트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적극따리 적극따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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