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이곳데로
그래. 맞아. 나 한. 국. 인.
Korean!!!
그런데 아직도 적응 중이다.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이곳은 내가 알던 한국과는 달리 정말 선진국이었다.
더 이상 큐알 코드에 얼굴을 갖다 대지는 않는다.
핸드폰을 잡고 하루에 3시간 이상씩 공부를 했다.
각종 앱을 깔고 인증 번호를 받는다.
앱도 종류가 수천수만 가지이다. 이름이 비슷한 앱도 많다. 본인 인증 앱도 있다.
무작정 전체 동의를 했더니 시도 때도 없이 보험회사, 은행, 무료 랜탈, 지역광고가 문자로 날아온다.
더 심한 경우는 운전 중 전화까지 받아야 한다. 길을 몰라 초초 집중하며 네비를 보고 듣고도 수십 번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고 있는 이 아줌마에게 '어디 은행'인데 내가 마케팅에 동의를 했다며 쉬지도 않고 이야기를 한다.
아.... 울뻔했다.
보험계약을 전화로 했다. 너무 충격을 먹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내려서 지하역에서 보험사와 상담을 하고 그 모든 계약조항에 동의를 했다. 지하 의자에 앉아 통장 계좌 번호를 찾아야 했고 얼굴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난 그 모든 계약 조항을 읽어 주시는 그분이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정말 화들짝 놀랬다.
'여보야. 그거 알아?'
'오늘 무슨 카드인지 보험인지 왜 우리가 새로 하나 한 거.. 그거 나 전화로 계약하고 전화로 동의했어'
'응? 전화로?
그도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채 출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추후 그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고 그 역시 혼쭐 났다고 했다.
비대면이라지만...
갑자기
그토록 애증으로 가득찬 베트남 기억이 왜 훈훈한 기억으로 다가오지?
그래서 기억은 왜곡된 기억인가 보다.
고국 와서 적응 중인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산다면 이런 비슷한 느낌일까?
다른 시각과 다른 사고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는 요즘
가전제품 방문기사 아저씨들의 철저함에 살짝 슬펐다.
'아저씨, 저 요거 나사 하나만 빼주시면 안돼요?'
'안돼요. 저희는 다른 제품은 일체 손을 못되게 되어 있어요. 혹시라도 사고가 생기면 우리 책임이라서요.'
'아.. 요거 나사 하나 도 안된다고요?'
'문고리 위치를 바꾸는데 저기 위에 박힌 나사 하나가 이상하게 잘 안 빠져서..'
'죄송합니다. 저희는 저희 업무 이외에 어떤 것도 만질 수가 없습니다.'
'본사에서 알면 큰일 나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한국에 너무 오랜만이라 잘 몰랐습니다.'
옛날 한국을 기억하고 난 그 속에 홀로 살고 있었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김치냉장고, 에어컨 기사 아저씨들은 묵묵히 그들의 업무에 충실할 뿐 최선을 다해주셨다.
내가 문제였다.
식기세척기 아저씨가 오셨다. 해외에서 들어온 세척기라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가 안된다고 하셨다.
설치 값도 2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들이 지정한 그곳에서 구입한 물건이 아니면 절대 그 물건에 손대지 않았다. 식세 아저씨는 첨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나의 기억 속 '옛날 아저씨'였다.
그분은 2배인 가격을 조금 깎아 주셨고, 문고리와 식탁 다리를 손봐주셨다. 물론 나의 느스레한 농담이 그 아저씨 맘을 녹였을 수도 있다.
'아유~ 아저씨도 다~~~ 안된다고 하시겠죠? 한국에 진짜 올만에 왔는데요 기사 아저씨들은 출장나 오기 전에 꼭 암기하는 '매뉴얼'이 있나 봐요?'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웃으며) 아니 다들 로봇처럼 똑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다른 제품이나 물건을 만지면 큰일 난다, 본사에서 알면 우린 잘린다, 혹시 사고라도 나면 우리가 다 책임져야 한다, 우리 업무 이외에 다른 업무는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하시면서 나사 하나 못 빼주신다고 하시더라고.' 하하하하하. 그래서 매뉴얼이 있나 보다 했지요. 아니면 제가 너무 오랜만에 한국에 왔나 봐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 뭐.. 세월이 이렇다 보니.. 어디 나사못요?'
그렇게 그는 나의 '옛날 기억 속 아저씨'처럼 웃으며 도와주셨고 난 그에게 준비해 두었던 '요구르트와 쿠키'하나를 손에 쥐어 주었다.
이방인이 한국살이를 하나하나 알아 가고 있듯이 오늘도 내일도 이 동네 저 동네 기웃거리며 익숙해지고 있는 사이 벌써 7월이 다가오고 있다.
풍부한 먹거리와
과일은 좋은데
물가가...
역시.
한국은..
한국이다...
한가지
운전중
노래를 듣고
봄을 느끼고
가을을 느끼고
겨울을 느끼는
이 맛은
날 다른 세상에 데려다 놓은 이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