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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an 14. 2024

다*소 에서 잠옷바지를 구입해 보았다.

3000원인데 이 정도라고?

중학생아이는 키걱정을 했다. 주변 친구들을 보며 더욱 초초해했다. 남자 아이라 그런지 키에 예민하다. 이번 겨울 방학 때 아침잠을 꿀잠처럼 오후까지 자더니 팔다리가 좀 길어졌다. 나도 사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아니 사실 걱정이 1도 없었다. 대충 엄마 아빠 평 균 키에 맞춰 170 초반 정도 되겠지 했다.


하지만 아이가 안달 났다. 나를 덜덜 볶았다. 아이가 나를 볶는 날이 내가 아이를 볶는 날 보다 좀 더 많은 것 같다. 여하튼 나의 혼을 쏙 빼놓은 잔소리와 징징거림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소아청소년 클리닉 센터에 방문했고 그토록 원하고 원하던 검사를 해주었다. 주삿바늘에 잔뜩 긴장을 하면서도 좋아 입이 떡 벌어졌다.


의사 선생님이 대충 그곳(남자 그곳 ㅋㅋㅋ)을 만져보고, 엑스레이도 찍고, 피검사 결과지를 보더니 예상대로 뭐 대충 그 정도의 키가 나왔다. 아이는 안심했다. 엄마의 열 마디 보다 의사 선생님 말 한마디가 중학생 남자아이의 심신을 단번에 안정시켰다. 아이는 자기 키가 여기서 멈출 것 같아 많이 무서웠다고 했다. 난 그 무서움이 간단히 해결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가 날 볶을 땐 나보단 꽤 괜찮은 아이 같아 뿌듯하다. 고슴도치 엄마 맞네~ 하!


개학을 했다. 숨 돌릴 틈이 드디어 생겼다. 눈이 와서 대형 마트까지 가고자 하는 의욕은 단숨에 꺾였다. 게다 조금 큰 키 덕분에 바지 두어 벌도 사러 나가야 했지만 다음으로 미뤘다. 옷을 켜켜이 겹쳐 입고 동네 상가 과일 가게에 들러 배달주문을 하고 걸어서 천 원 샵~다이소에 스케줄 노트북을 사러 갔다. 문구류를 구입할 때 기분이 둥둥 떠다닌다. 색색 펜을 구경하면 막 설렌다. 물감도 다시 섞고 싶은 열정이 쓱쓱 올라오지만 못내 내려놓는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한 코너에 걸려있는 많은 옷이 눈에 들어왔다. 옷? 다이소 옷?


처음 이사를 한 뒤 다이소는 나의 놀이터였다. 정리핑계로 정리함을 사다 날른 뒤 정리함이 도로 짐이 되어 다시 갖다 버리는 한 해였다. 그리고 한동안 뜸 했다. 그런데, 어어어어... 옷? 순간 망설였다. 한 푼이라도 절약하고 싶은 아줌마의 피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철철 흘러넘치는 내가 아닌가. 일도 다 때려치운 마당에 난 절약을 해야 한다. 몇 달 전 남편이 코트를 4900원에 장만한 뒤 옷 가격의 기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사지말자'로 결심했다. 허나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 옷은 사야 하는 필수품이다. 사고자 하는 바지와 옷은 없었다. 그런데 잠옷이 있었다.


3000원, 5000원. 잠옷바지. 조끼. 플리스. 내의. 한참을 서서 노려봤다. 비닐 팩 안에 담겨 있어 만져 볼 수는 없다. 어떡하지? 사이즈는? 아이 잠옷바지가 훌렁 짧아졌다. 잠옷이라 그냥 입어도 되지만 엉덩이 부분이 꽉 쬐여서 고민 중이었다. 사이즈별, 모양별, 디자인별, 옷감별로 옷이 모여 있었고 심지어 조그만 아이들 내의 세트도 보였다.


잠옷바지 사이즈 M와 L을 각각 다른 디자인과 질감을 집어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다이소에서 옷을 산다고? 다이소에서는 생필품, 잡화, 문구류 등 간단한 것을 구입하는 곳이라는 나의 고정된 인식과 한참을 대화했다.


다이소 잠옷바지~ 입을만하다. 아니 꽤 괜찮다.


'그래~ 3천 원이야. 커피 한잔 값이야.'

'영수증만 있으면 환불되잖아.'

'이 옷은 뭘로 만들었길래 이렇게 싸게 파는 거지?'

'혹시 환경호르몬이 나와서 몸에 해로운 거 아니야?'

'에이 설마, 그토록 몸에 해로운 섬유로 옷을 만들었을까?'

'일본회사인데.. 믿어? 말어?'

'그동안 사용한 일회용 소모성 용품은 딱 그 가격만큼 값어치를 했으니, 이 옷도 3.000원어치의 값어치?'

'아~~ 몰라.. 사봐, 사봐, 입혀봐.'

'아니면 다음부터 안 사면 돼. 사봐!'


결심한 뒤 거침없이 셀프계산대로 향했다. 서둘러 나오는 길, 다이소 입구 구석 올라오는 계단 코너에 서서 마치 정신 나간 여자처럼 비닐을 뜯기 시작했다. 두꺼운 패딩 때문에 어눌한 팔 놀림으로 종이 밴드 모양 포장도 조심해서 살포시 뜯었다. 다이소 출입구다 보니 오며 가며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저 여자 왜 저기 입구에서 저걸 뜯지 라는 시선이었을 거다. 하하하. 난 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줌마 티를 팍팍 내며 잠옷 바지를 툭툭 털었다. 바지길이를 확인하고 옷 질감도 만져 보고 싶었다.


우선 나의 그런 행동은 오롯이 목표지향적. 즉 집까지 가서 사이즈 교환 때문에 다시 눈 내리는 날 나오기 귀찮았고, 영수증도 잃어버릴 수 있으니 지금 바로 확인 후 문제나 하자가 있을 시 교환을 하거나 환불을 받고 싶었다. 무엇보다 만져 보고 싶었다. 끝까지 다이소 옷을 믿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웬걸!!! 아울렛에서 만원 넘게 구입했던 잠옷 질감과 촉감이 동일하다. 모양이 조금 촌스럽지만 나쁘지 않다. 잠잘 때 입는 건데 그것까지 고려하기에 3.000원은 너무 적은 돈이었다. 다이소에서 옷을 팔고 그 옷을 사는 중년 여자라니! 그런데 한편으로는 '왜 다이소에서 옷은 사면 안 되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간단한 물빨래를 했다. 뽀송뽀송하게 말린 뒤 아이에게 안겨 주었다. 아무 생각 없는 중학생아이는 잘 입고 잘 잔다. 어디서 샀다고 굳이 말은 하지 않았다. M사이즈는 딱 맞다. 그래도 괜찮다. 다음부턴 무조건 L사이즈로 구입해야겠다. 또 다이소에서 산다고? 정말?


다이소에 화장품코너도 점점 커지고 있다. 분명 장사가 잘된다는 말이다. 인스타나 소셜 미디어에서 젊은 친구들이 다이소 제품을 많이 이용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저 가격에 저 정도가 가능하지?


우선 잠옷바지 두 벌을 구입했다. 8천 원에 두벌을 구입했고 부드러운 촉감에 대만족 중이다. 이러다 내년 나의 잠옷 바지도 다이소에 구입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설마~~


일본 회사가 무섭다. 유니클로도 마찬가지인데... 쿠팡도, 음식 먹거리도 다이소에 다 밀리는 거 아니야?라는 섬뜩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착하잖아...


우선 한번 사 보았고, 나쁘지는 않았다.

저렴하긴 한데 일본이 상권을 삼킬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by choi.




다이소 한국기업이라는 정보를 댓글로 알게 되었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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