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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an 12. 2024

어쩌다 집에서 '연어초밥' 만드는 여자가 되었다.

그 둘은 항상 잘 먹는다. 고마워!

우리 집에는 회, 초밥 먹깨비 두 명이 상주 중이다. 호찌민에서 이 두 사람이 먹어치우는 초밥을 적당한 가격에 감당할 곳은 '다케시야마'라는 일본 백화점 지하 푸드코너 밖에 없었다. 회전초밥집에서 먹어 치운 접시는 기본 30개 이상이 나왔다. 일본 여행 때도 그 둘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초밥을 먹었다.  


어쩔 수 없이 호찌민에서 주로 외식을 할 때는 거의 일식집에서 했다. 호찌민 일식집은 한국 일식집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그냥 믿고 먹었다. 탈난적은 없었다. 그토록 일식을 즐겨 먹던 두 남자는 한국 와서 일식집을 거의 못 간다. 한국 일식집 너무 비싸다. 한번 다녀오면 그 주 생활비가 펑크 난다. 깜짝 놀랐다.


부모님이 오시거나, 생일이거나, 졸업등 특별한 날, 날 잡고 간다. 그런 날이면 그 둘은 며칠 전부터 그날을 학수 고대하며 싱글벙글이다. 가는 당일날은 점심때부터 배를 채우지 않는다. 적당히 채우며 간식이 먹고 싶더라도 오늘은 일식집 가는 날이니 '참아야지' 한다. 중딩아들도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피자' 보단 초밥집을 택한다. 2년이 지난 지금도 호찌민 '다케시야마' 지하 푸드 코트에서 즐겨 먹던 연어 초밥, 연어를 불에 살짝 그을린 그 초밥을 이야기한다. 다시 그 초밥을 먹고 싶어 호찌민을 가고 싶다고 할 정도다.


장모님이 한턱 쏜다고 하는 날은 아침부터 배를 적당히 굶긴다. 울 아버지는 아예 초밥을 5인분 대신 기본 8인분을 시킨다. 울산 가서 회를 먹을 때는 기본 대짜 사이즈 2접 씨를 시킨다. 우리 집 중딩은 초장을 범벅해서 홀로 대짜 한 접 씨를 해 치운다. 초장맛으로 회를 먹는 것 같다. 매운탕도 좋아한다.


한 번은 일식집에서 너무 난감한 표정으로

"죄송하지만 만드는 순서대로 들여보내도 되겠냐고" 물었던 적도 있다.


'하!' 헛웃음이 나왔다.

(창피해... 난 일식집에서 좀 멋스럽고 우아하게 조금조금씩 분위기를 즐기며 먹고 싶다.)


회사에서 회식을 하던 어느 날 우리 남편 상사가

"박 과장, 저기 노르웨이 한번 다녀와야겠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영문을 도통 알 수 없는 난

'왜?", "갑자기?"라고 심각하게 물었다.

남편왈

"내가 너무 연어 사시미하고 초밥만 먹었거든, 하하하~"

헉...

"도대체 얼마나 먹은 거야..."


안 봐도 뻔하다. 기본 4 접시는 사시미로 꽉 채웠을 테고, 3 접시 정도는 사시미와 초밥으로 채웠을 테다. 그리고 느끼해서 못 먹을 만큼 목구녕으로 쑤셔 넣었을 '그 사람'이다.


어느 날 남편이 길 가다 말했다.

"퇴직하면, 일식집을 차려야겠어."


그의 말을 그냥 못 들은 척했다.


(연민이 올라왔다. 매일 새벽아침 일하러 가는 그. 하지만 연어 초밥은 맘껏 사 먹을 수 없는 그의 운명. 우선은 가족을 위해 그의 삶을 내려놓은 그. 하지만 난 안다. 그의 연어 사랑은 끝이 없을 거라는 것!)


한국 와서 대형마트에 가면 , 그놈의 '연어', 크고 기다란 통에 넓적하게 깔려 있는 그 주황빛 도는 연어. 기름기 좔좔 흐르며 구수한 냄새를 맘껏 풍기는 그 연어 한 덩어리를 집어 온다. 우리 집은 굳이 소분할 필요가 없다.

특별주문이 있는날이다. 양파와 소스를 원하는 중딩아들.

그리고 결국 난 초밥 만드는 방법을 네이버와 요리블로그를 통해 공부했다. 2번 정도 단촛물 조절로 실패를 했지만 이젠 먹을만한 연어초밥을 뚝딱 만든다.


모양은 안쁘지지만 그 둘을 먹이기기에는 충분하다.

이번주 냉장고를 채우는 날이다. 당연히 그놈의 연어 한팩을 집어 왔다.


"엄마, 오늘 저녁 뭐야?" 알면서 묻는다.

"초밥" 이야.

아이가 기분이 업된다.

남편은 옆에서 입이 귓구녕에 걸렸다.

"어, 너 탄수화물 안 먹잖아. 괜찮겠어?" 라며 마치 나를 죽도록 사랑하고 생각해 주는 척하면서 날린 고작 저 한마디!! 먹는 것 앞에서는 마냥 행복한 그 사람. 기분이 좋다는 표현을 저리 빙빙 둘러하는 사람.


"조금은 먹어!! 걱정하지 마!"라고 쏘아붙인 뒤 열심히 만들었다.

밥에 다시마까지 넣어 어쭙잖은 흉내를 내어보았다.

"그놈의 연어 초밥"


그런데...

모자랐다. 말이 되냐고!!!!!!!

하!!!!


남편은 결국 사발면 하나를 더 먹고서야 그날 저녁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또 만들겠지.

그들은 다시 열심히 먹어 주겠지.

고맙다~ 두 남자야!!!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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