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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an 25. 2024

브런치 연재북 주제 설정.

삼킨 마음으로 씁니다.

브런치 연재북을 하면서 '내가 연재가 되고 있구나'를 느꼈다.
그것도 라이브 생중계~
어이쿠..


아마도 그것은 나의 브런치북 주제 설정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글을 읽다 보면 종종 글이 곧 그 글을 쓰는 사람과 닮아 있음을 느낄 때도 많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어릴 땐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했지만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녀의 의지와 결단으로 난 '공부'란걸 해야 했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항상 일기를 썼다. 성인이 되어서는 오랜기간 우울증때문에 일기를 계속 써야만 했다. 그렇게 쓰기 시작했고 그냥 쓰기 시작했다. 그저 쓰는 게 좋아서 시작한 글쓰기. 어쩌다 덜커덕 합격한 브런치. 쓰다 보니 잘 쓰고 싶어 졌고, 이어서 독서가 시작된 경우다. 현재도 독서량이 많이 모자란다. 글쓰기는 책으로 공부했다. 지금도 간간히 글쓰기 책은 읽고 있다. 글을 쓰고 나서 글 제목 달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고민하다 카피라이터 책을 몽땅 빌려 읽었다. '아 제목 이렇게 만드는 거구나' 감만 대충 잡았다.


한국 오면 글쓰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기대에서 그냥 끝이 났다. 어떤 글쓰기 카페에서 책 내준다며 몇백만 원씩 달라고 했다. 그만큼 의지가 없었는지 포기했다. 어디서 하는지 찾지도 못하겠고 인터넷으로 강의하는 곳도 딱히 끌리지 않았다. 소 규모 모임을 만들어 쓰기 연습을 하는 곳도 있었지만 확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리하여 홀로서기를 결심했다. 홀로 글쓰기 습관을 만들어야 했다. 나 스스로가 견딜만한 '틀'을 만들고 싶었다. 브런치를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고민을 하다 브런치 연재북을 시작을 했는데 놀라운 매일 매일 나의 삶이 펼쳐지고 있다.


글쓰기가 되고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평가해 주는 사람도 없고, 최근 Daum에 글이 연이어 3개가 노출이 되었지만 조회수만 터질 뿐 구독자 수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 구독자가 늘었다가도 맞구독을 하지 않으면 금세 다 취소하고 가버린다. 그럴 때면 나의 글이 그만큼 하찮은가 라는 우울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허긴 난 전문 작가는 아니니까... 꼭 맞구독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최근글을 찾은 다음 뒤로 쭉쭉 넘기며 읽지도 않고 무작정 '좋아요'를 남발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그냥 관심을 꺼버렸다. 대신 대충이라도 읽고 좋아요를 눌렀고 댓글은 내가 달고 싶은 글만 그냥 달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브런치 스토리도 하나의 소셜미디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처럼 운영하면 절대로 안된다. 나처럼 된다. 


적극적으로 라이킷도 누르고 선구독도 하고 맛팔 선팔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인스타를 개통했다. 코코 계정 말고 따로~. 요즘 그곳에서 초보자 소셜 미디어 티를 팍팍 내며 내 맘대로 운영 중이다. 맛팔 선팔 뭐든 다해보는 중이다. 해보니 맞팔 선팔 좋아요가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구독자 수, 팔로워 수에는 여전히 민감한 편이다.


브런치 연재북을 두권 진행 중인데 '요가'를 주제로 벌써 '14주' 동안 연재 했다. 즉 한 달은 4주, 2달은 8 주니 거의 3달째라는 말이다. 한주에 한 번만 글을 올렸다. 딱 그만큼이 내가 감당할 수준이었다. 하다보니 정해진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연재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직접 하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쓰고 싶을 때 쓰고, 쓰고 싶은 주제로 다양하게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오롯이 한 가지 주제로 끊임없이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 정보도 필요했다. 또 운동이다 보니 직접 할 때마다 내가 느끼고 경험하는 것도 매번 메모를 해야 했다. 발행 날짜에 맞춰 메모장을 뒤지며 글감을 물색했다.


이쯤에서 내가 느낀 바를 요약하면


<주제선정 요령 >

익숙한 주제 : 매일, 3일, 2일 글을 올릴 때 부담이 없다. 이미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에 목차부터 줄거리까지 머릿속에 꽤고 있기 때문이다. (호찌민 메이드 이야기가 그랬음. 이야깃거리가 줄줄 나옴.)


공부하면서 선택한 주제 : 책을 꼬박꼬박 읽고 생각을 담고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매일 연재는 어려움. 일주일에 3번에서 2번이 적당 할 것 같음. (시간이 많다면 매일 공부한 거 매일 올릴 수 있음. 난 불가능)


현재 실천 중이면서 진행 중인 주제: 나의 경우에 해당함.

요리나, 정리, 살림이 아니라 '운동'을 주제로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나를 관찰하는데 좋은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 그날 나의 마음가짐부터 한주 동안 운동하면서 변화하는 나를 객관화 하기 쉬움.


단점 : 내 삶이 생중계되는 느낌. (연재를 중단할 수 없으니 나의 요가 활동과 요가를 하면서 변화하는 삶이 다 공개됨. 좀 쪽팔림)


반전 : 생중계가 되다 보니 응원까지 받아서 사실 더 힘이남. 공감도 해주셔서 더더욱 마음이 가득 참. 요가 더 열심히 함. 마치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속담을 믿게 됨. (칭찬을 좋아하는 아이처럼 되고 있음)


장점: 글을 쓰고 동시에 실천이 가능함.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과 보다 과정에 충실한 나 자신이 보임. 쓸 내용을 매주 고민해야 함 (미칠 지경임).

부족한 점도 보이고 글의 방향을 어떻게 틀어야겠다는 감도 조금 잡힘.

한주제로 이렇게 끌고 가는 다른 요가책을 모조리 다 찾아 읽어 봄.

나만의 요가글을 만들고 싶어 매일 골머리 차고 고민함.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진행형으로 쓴다는 게 뭔지도 모른 채 시작했다가 현재 똥인지 된장인지 맛보는 중임. 고추장 같은 매운맛을 느끼고 있지만 계속할 생각임.

나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이 들고 소수 작가님들 응원받으니 '삶'이란 게 이런 건가라는 감성적인 사색도 함.

성격상 한번 꽂히면 앞만 보고 달리는 경향이 짙어서 나 역시 '요가'글의 끝이 궁금함.

  

너무나 개인적인 나의 주제설정 이야기인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에세이>
p271
독자를 염두에 둔다고 해도, 이를테면 기업에서 상품을 개발할 때처럼 시장조사를 하고 소비자층을 분석하고 타깃을 구체적으로 상정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은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없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있겠지만 그런 건 얼마든지 교환 가능합니다. 요컨데 딱히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중요한 것, 교환불가능한 것은 나와 그 사람이 이어져 있다,라는 사실입니다. 어디서 어떤 상태로 이어져 있는지, 세세한 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참 저 아래쪽, 어두컴컴한 곳에서 나의 뿌리와 그 사람의 뿌리가 이어져 있다는 감촉입니다.





내가 '브런치북 연제 주제' 제목으로 굳이 글로 남겨 놓고 싶은 이유는 딱 한가지다.

'브런치북 연재'주제를 어쩌다 '요가'로 시작해서 삶을 생중계 하고 있는데,
그게 진짜 현 내 인생이 되어 버렸다.


브런치 스토리 플렛폼이 거지같던, 지랄같던, 쇼설미디어건 뭐든간에 우선 나 choi 한테는 삶의 변환점을, 인생에 영어 선생말고 다른 길이 있다는 것도 알려줬고, 이젠 요가도 알려줘서,

고. 맙. 다.


그게 다다.

고마워. 브런치 스토리!!!

나는 나답게.

Choi 답게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가자.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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