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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Nov 24. 2023

'브런치북 연재' 꼭 해야 하나?

네. 꼭 해보기를 권유합니다.

휘릭~ 알람이다. 매 화요일 오후마다 브런치에서 알람이 온다.

"작가님~ 수요일 연재 어쩌고 저쩌고"

결론은 수요일 글 연재하는 날이니 '빨리 글 써서 올려'라는 말이다.

 

내가 설정했다.

그때까진 아무것도 모른 채 말이다.  



지나친 '호기심'이 가져온 지금 이 사태는 대단하다.
 날 쓰는 사람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브런치북 연재'기능이 생겨났다. 일단 '쓰고 보자'라고 마음을 먹고 ON Pen'이라는 메거진을 만든 차였다. 그 사이 '브런치북 연재'기능이 생겼고 그 기능을 활용해 보고 싶었다. 그럼 진짜 '나 쓰는 사람'이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모든 일에 있어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무색할 만큼 난 뭐든 잘 시작한다. 일단 시작한다. 그 가벼운 습관 때문에 진득하게 무얼 하나 끝까지 해본 것이 없는 게 나의 인생이다. 결혼과 육아는 진정 나의 인내심과 한계를 극도로 요구하는 삶이다. 덕분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장맘', '싱글맘', '아줌마'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작심 일주일'. 이보다 더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굳은 결심은 길어봤자 5일에서 7일이다. 불꽃같은 의욕이 확 터져 올랐다가 맥없이 픽 하고 꺼지는 게 나의 주 특기다. 상 받을 자신도 있다. 동거남이 증인으로 나설 수도 있다. 그는 이제 나를 초월했다.


이런 내가 매주 수요일마다 글을 4주째 올렸다. 랭킹 '작심일주일'이 깨지고 신기록이 갱신되고 있는 순간이다. 그보다 더한 사실은 '브런치북 연재'글 때문에 졸지에 요가를 한 달 넘게 다니고 있다. 울 애미도 애비도 놀랬다. 이 정도면 구구 절절 '왜 연재글을 꼭 한 번은 해봐라'라고 권유하는지 대충 짐작할 거라 생각 든다.


연재글 때문에 요가 수업을 화목 반에서 월수금반으로, 월수금 반에서 매일 반으로 등록했다. 강습비가 1.5배 늘어났다. 주부이기 때문에 돈 나가는 것도 예민하다. 관리비 난방비. 한 달에 나갈 돈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매일반을 등록했다.


나 진짜 글 쓰는 사람??????? 정말????


매주 화요일 '연재글 준비 하고 있지?'라고 브런치에서 보내오는 알람은 '악~~~~'소리를 지르게 한다. 왜냐고? 앞서 언급했듯이 '연재글'을 호기심에 시작했고, 깃털처럼 가볍게 잼난 이야기 위주로 '짧게 올려야지'라고 마음을 먹었었다. 한데 그때 그 철딱서니 없는 첫 마음과는 다르게 무게를 가진 연재 글이 되어 가고 있다. 글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에 '악!!!!' 소리가 튀어나온 것이다. 심지어 '연재를 일주일에 두 번으로 바꿔야 하나?'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쯤 되면 미쳐가고 있다 못해 대범해져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왜 '악~~~'소리가 나냐고?? 요가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까!!!!!

'그럼 처음 생각대로 재미있는 에피소드 위주로 가볍게 적으면 되지 않아?'라고 하겠지만,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한계가 있다. 매번 잼나고 웃긴 글만 쓸 수는 없다. 쓰는 나 조차도 이젠 울고 싶다. 나도 울림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지식인, 지성을 갖춘 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멀고도 멀었다 아직은...


어쩌면 생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요가'글을 연재하면서 이런 변화가 찾아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에 넘치게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연재'글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다시 브런치 플랫폼을 만든 사람들 생각으로 전이되었다. 그들은 이미 '글을 쓰는 사람' 즉 전문가들이니 '나 같은 초짜'가 글을 쓸 수 있도록 머리를 쓴 게 아닐까? 글 쓰기 근력 훈련을 시키기 위해 이 '연재'를 글 쓰기 도구로 활용하라는 취지에 만든 게 아닐까 라는 생각. (나 4차원 맞는 듯). 참 머리 좋은 분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글공부를 하고 싶고, 쓰고 싶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부딪치며 생각하고 사고만 하다 방향을 못 잡고 있을 때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게끔 만든 프로그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북 연재'가 나를 훈련시킨 단계


첫 번째, 집안일만 하던 아줌마가 밥주걱에 대해 할 말은 천 개가 넘지만, 요가에 대한 할 말이 뭐가 그리 많겠는가.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자료 찾기'. 즉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요가가 뭔지 개념을 잡았다. 같은 책을 한 번에 여러 권 읽으니 책을 다른 각도로 보게 되었다. 이 책과 저책이 비교되고, 이런 글, 저런 글도 있구나. 목차도 이런 스타일, 저런 스타일이 있구나. 뭐 등등.


두 번째, 컨텐츠과 글감을 찾기 위해 기를 쓰고 '요가'를 간다. 그리고 '요가'를 한다. 일단 시작은 잘하니 찍 접거리기만 한 운동이 얼마나 많은지. 그 많은 운동을 하면서 난 단 한 번도 '자료'를 검색하거나, 리서치를 하거나, 책을 보러 도서관에 간 적은 없다.


글감을 찾기 위해 일주일 동안 '요가'에 대해 생각하고 집에서도 폼플러를 이용해 몸뚱이를 마구 굴려 본다. 알고 봤더니 이게 '몰입'이란다.


나~참!! '연재'의 효과가 정말 이정 도라고? 네. 그렇습니다. 저처럼 글쓰기 공부가 목적인 분들 정말 해보세요. 저처럼 꼭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연재'를 해보세요. 머리통에서 쥐가 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세 번째, 나와의 약속임을 인지하게 된다. 의지박약에서 강박으로 넘어간다. 오죽했으면 요가 등록을 '매일반'으로 바꾸었을까. 집안일에, 아이 운전수 노릇에,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어도 시간이 없는데 매일 요가를 간다. 근육통이 만성이 된다.


글감을 물색하는 하이에나가 된다. 가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선생님을 관찰한다. 순간의 찰나는 핸드폰 메모지에 마구마구 갈겨 적는다. 어쩔 때는 길을 건너다 목소리로 메모를 남기기도 한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나 작가 아닌데... 내가 왜 이렇게 까지 '요가'글을 써야 하는데? 나 심심한가? 아닌데, 행주도 삶아야 하고 저녁거리 사러 마트도 가야 하는데). 오늘의 경우는 앞쪽 할머니 한분이 요가를 하다 말고 머리에 꽃분홍색 구르프를 말고 계셨다. 순간 저거 써볼까 라는 생각에 웃다 요가 수업을 마무리했다. 사실 너무 웃겼다. 뽀글이 파마머리에 꽃 분홍 구르프 말고 요가해 본 사람?


좀 걱정도 많고 강박도 있는 성격이었다. 마음 챙김 공부를 하면서 좀 상태가 호전되었다 믿었다. 연재 글 때문에 강박증이 재발할 것 같다. 책임감이다. 구독자가 나의 글을 기다린다는 착각과 기대는 일절 없다. 진심이다. 누가 '요가'글이 인생에 크나 큰 도움이 된다며 그 글을 읽겠는가?


 나 스스로 하기 마음먹었고, 나를 글 쓰는 프레임 안에 가두어 무엇이든 찍 접대다 마는 버릇을 고치고 싶었다. 그런데 이 '연재'시스템이 나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와 한 약속을 지키고 싶다. 살다 처음 생긴 나의 목표 '멋나게 늙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 '외모가 아니라 내 안을 채우고 싶은 멋'이다.


'그냥 그만 쓰고 연재글 취소 하면 되지 않냐고?' 아니~. 그런 무책임한 생각을? 이전에 난 항상 그냥 하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그냥 그만둬 버렸다. 내가 이루었다는 그 성공의 느낌을 사회와 부모에게 안겨주기 싫었다. 그렇게 난 칼로 끝을 뾰족하게 잘 깎은 단면처럼 '모가난 사람' 있었다. 결국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 나란 걸 알게 되었다. 이젠 인생을 그들이 아닌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그래서 연재글 '취소' 하기 '싫다'. 나를 실험해보고 싶다.

 

'과연 난 요가와 동시에 글쓰기를 완주할 수 있을까?'


네 번째, 생활습관이 달라졌다. 춥다. 나가기도 싫다. 따뜻한 장판에 등을 지지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주말에도 좀 쉬고 싶다. 그러나 쉴 수 없다. 다리를 조금이라도 더 찢어 봐야 한다. 간절하다. 나이 들어 유연성에 '유'자와 거리가 삼천마일 이상이나 떨어져 있다. 고백하건대 젊었을 때도 유연성과는 거리는 멀었다. 하지만 지금 난 노력을 해야만 한다. 왜? '연재'글에 '나 요가해서 이만큼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도 해야 하고 발전이 되었다는 '잘난 척하는 글'도 적고 싶다. 그래서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쯤 되면 제대로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어제도 파스를 뿌렸다. 엉치, 허벅지 뒤쪽, 장딴지까지 다 화끈 거린다. 침대 안이 파스 냄새로 진동한다. 코코도 인상을 쓰며 나를 회피한다.


수시로 늘리고, 바로 앉기, 척추 세우기 등 연습을 하며 등이 굽은 아들에게 운동을 알려 주기도 한다. 입맛이 더 좋아졌다. 단백질 위주로 챙겨 먹으려 한다. 라면을 자주 먹지 않는다. 뱃살이 좀 빠졌다. 음식을 바꾸고 생활 습관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하! 이쯤 되면 '브런치북 연재'의 힘을 알 것 같지 않은가? 과장이라고? 아니다. 전혀. 현실 나의 모습을 솔직하게 오늘 글로서 담아 보았다. 그리고 이 글 때문에 더욱 나는 정말 뼈도 밖도 못한다. 무조건 '요가' 연재글을 완성해야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단점이라고 하긴엔 애매하다. 집안 살림이 좀 소홀해졌다. 특히 먹는 부분.  외식보단 집밥을 선호하는 편인데 매일 가는 요가와 수요일 달랑 하루 연재하는 '요가'글 때문에 집밥 메뉴 정하는 일이 소홀해졌다. '매일 요가'가 말이 '매일 요가'지. 나처럼 생초보 요가인은 몸살기를 달고 산다. 어떤 날은 컨디션이 괜찮지만, 어떤 날은 근육통과 몸살기운이 겹쳐 종일 끙끙 앓으며 하루가 부담되는 날도 제법 있다. 글을 올리는 날은 한 번이지만, 글감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계속적인 생각과 집중 거기다 종종 잘못 눌러 날아가버리는 메모노트는 하루를 꽉 채워 주지만 그만큼 버거울 때도 있다. 그렇다보니 주방에 조금 소홀 해 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글 '연재'를 시작하면 이처럼 진정한 작가의 삶 중에 코딱지만 한 부분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를 찾고, 주제를 생각하고, 단어를 모은다. 글감을 찾아 매서운 눈으로 주변과 사람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운동이란 주제 덕분에 건강도 한몫 챙겼다. 대표적인 예로 더 이상 집안에서 슬리퍼를 신지 않는다. 맨발로 다니기 시작했다. 발바닥과 아치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요가를 맨발로 하다 보니 맨발의 불편함이 없어졌다.


한 가지 더 덧 붙이자면, 계속해서 써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감정에 충실할 시간이 없다. 나의 경우는 우울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우울할 시간에 주방에 밥솥 뚜껑을 돌려야 하고,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글감을 물색해야 한다. 머릿속이 바쁘다.


꼭 연재를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날을 정하고 그 약속을 쉽게 잘 지키고 있다면 굳이 연재까지 할 필요 있겠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나의 경우 코코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색하는 글을 매주 금요일로 정해놓고 스스로 실행하려 하는데 잘 안되었다. 결국 내 맘대로 아무 때나 올린다. 실패했다. 저것도 '연재 북으로 만들어 버릴까?' 고민 중이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고 정말 글 쓰기에 진심인 분들은 연재 글을 매일 올리기도 하더라. 단지 부러울 뿐이다. 현재 난 일주일에 한 번의 연재만으로도 아직까진 충분하다. 서서히 더 도전해볼까 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호르몬 약을 입에 틀어넣고 자주 떠오르는 생각 중 하나는 '작가로서의 삶'이다. 그분들 삶은 이보다 더 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브런치북 연재'를 할까 말까 고민 중인 분들께 나의 진솔함이 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Ps. 브런치 빠순이는 맞지만, 돈 받고 아르바이트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해보니 이러이러한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 기준에서요. 꾸역꾸역 앉아서 쓴 글 중 이번에 조회수를 또 '10000'회 넘긴 게 터지기도 했어요. 자랑이긴 한데 여기가 브런치 기록을 남기는 메거진이라 제가 링크를 걸고 조회수 사진을 올릴 건데 너무 거부감 갖지 말아 주세요. (아직도 왕 소심한 나)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goeunsim/226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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