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지나가는 삶
인생.
바람처럼 지나 가는 생
머무르지 않는 생
나무에게
꽃 에게
잔디 에게
전해지는 고요한 바람의 울림
처마 밑에 딸랑 딸랑 종소리가 들려온다.
보들 바람이 불어온다.
습한 기운에 숨이 탁 탁 막히는 순간 이 보들 바람은 나의 숨통을 트여준다.
저 깊은 뱃속 아래에 있던 숨이 입밖으로 ‘휴’ 하고 내리 터져 나온다.
오늘도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108개의 계단을 올라 그분을 만나러 간다.
그분과 주거니 받거니 수다 떨고 싶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 계단씩 밟고 올라간다.
아니 사실은
나 혼자 그 분께 다 내려놓고 내려 간다.
언제나 큰 미소로 느긋이 가부좌 한 상태로 앉아 계시는 그분.
일주일에 두 세 번 그 분과의 데이트는 삶의 활력이다.
두 무릎을 꿇었다.
엎드렸다.
고개를 숙이고 ‘오늘도 이렇게 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맘 속으로 되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물어 졌다.
내면이 조개껍찔 만큼 단단해졌다.
성격이 씩씩해 졌다.
마음이 대담해졌다.
그래서 감사하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냥 지나가던 바람에 의해 내가 얻은 소중한 것들이다.
유일하게 나의 모든 정신과 마음을 풀어 놓을 수 있는 이곳이 있었기에
중심을 가지고 앞으로 한발 한발 내딛을 수 있었다.
솔솔 보들 바람이 나의 땀을 식혀 준다.
찰랑 거리는 처마 밑의 종 소리가 반겨준다.
오늘도 나의 모든 고민과 걱정, 욕심, 야망을 그분께 다 내려 놓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간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에게 얼른 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