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 푹 젖어 그 느낌 그대로.
“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두 갈래의 똑같이 험하고 가파른 길이 같은 봉우리에 이를 수도 있었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어쩌면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해 왔다.” <그리스인 조르바 >
“ 말씀드리지요. 원래 까마귀는 까마귀답게 점잖고 당당하게 걸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 까마귀에게 비둘기처럼 거들먹거려 보겠다는 생각이 난 거지요. 그 날로 이 가엾은 까마귀는 제 보법을 몽땅 까먹어 버렸다지 뭡니까. 뒤죽 박죽 이 된 거예요. 기껏해야 어기적 거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오.” <그리스인 조르바>
새벽 12:03분
적막한 새벽.
뇌가 충동적이고 역동적으로 분주하다.
탁탁 쳐 내려가는 키보드 소리.
베란다 발코니에 떨어지는 빗소리.
고요함.
그 얼마나 간절히 그토록 원했던 시간이었나.
녹초가 되어 몸살약을 먹고 잤더니 밤 10시에 눈을 떴다.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요동을 친다.
붙-잡-아-야-지, 붙-잡-아-야-지,
알-아-차-려-야-지 , 알-아-차-려-야-지
하면서도
오늘처럼 몰아치는 날엔
나도 별반 어쩔 수가 없다.
형상도 형태도 없는 그 마음이
고개를 쳐들고 나를 들이받을 땐
주체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무색하다.
책 나부랭이를 옆에 끼고
뭉클해진 가슴 한켠을 움켜 잡는다.
충혈된 두 눈에선 결국 알 수 없는 망울이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