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와 토미

조죠의 일기

by 조죠의 그림일기

왜인지 늘 실패했던 베란다에서 채소 키우기.

씨앗부터 시작하는 게 문제였던 걸까 싶어 모종을 사다 심었다.


방울토마토 2개, 파프리카 4개, 쑥갓 4개.


초등학교 교실 창가에 기다란 파란색 화분을 줄줄이 놓고 방울토마토를 키웠던 기억이 있다.

어린애들이 키워봤자 얼마나 잘 키우겠냐 마는, 그 당시 교실 창문 중턱까지 줄기가 자라나는 바람에 천정에 줄을 매달아 고정해 두었었다. 열매가 너무 많이 달려서, 방울토마토 향기가 교실 안에 진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반 아이들이 다 함께 관찰일기를 쓰며 기른 탓에 선생님 허락 없이 함부로 따먹었다가는 혼이 났었다.


그때 배운것 중 딱하나 선명하게 기억나는 부분이, 실내에서 키우는 화분에는 벌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사람이 인공꿀벌 노릇을 하며 부드러운 붓으로 꽃을 쓸면서 꽃가루를 옮겨줘야 했다. 나도 안 쓰는 대나무 붓으로 매일같이 열심히 꽃을 매만져 주었다.


하루 종일 햇볕이 너무 강해서 큰 잎 화분들은 가장자리가 타들어가기도 하고 종종 말라죽기도 하는 우리 집.

염려가 되어 모종을 살 때 물어봤었는데, 토마토는 햇볕을 아주 좋아해서 땡볕에서도 문제없다고 했다. (거기 상인들은 뭘 물어보든 다 괜찮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다행히 그 말이 맞았다. 그날 사 온 녀석들 중 토마토가 제일 쑥쑥 자라고 있다. 벌써 몇몇 꽃은 떨어지고 그 자리에 열매가 자리했다.


먼저 나온 열매 두 개는 이제 꽤 그럴듯하게 토마토 모양이 되어간다.

토마스와 토미.

크기 순서로 이름을 지어줬다. 자세히 보면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어찌나 튼튼하고 귀여운지. 토마토는 줄기에서부터 벌써 토마토스러운 향기가 난다. (과육보다는 토마토 꼭지 냄새라고 할까?) 꽃이 떨어진 자리에 꽃대는 그대로 남아있는데 그곳에서 똥그랗고 작은 초록색 열매가 맺히는 형식이다. 내가 꿀벌 노릇을 잘 하고 있나 보다. 떨어진 꽃대에서 벌써 4개 정도 열매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참 신기하다.


주책스럽게 친구들에게 토마토 사진을 보내며 자랑을 했다. 몇 달 만에 한 연락이 토마토 자랑이지만 그래도 성의 있게 반응해 주는 친구들.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지 벌써 5년 정도가 지났다. 이제는 집에 화분이 스무 개 가까이 되고, 잘 자란 것들은 포기를 여러 번 나눠서 화분이 늘어나기도 했다. 식물에 손만 대면 죽여버리던 그레이 핑거.. 가 그린핑거 까지는 아니지만 쪼금은 발전한 것 같다.


매일 아침 달라져 있는 방울토마토에 비해 파프리카는 성장이 더디다. 게다가 진딧물이 붙은 채로 데려왔는지 하루가 다르게 바글바글해지는 벌레들. 살충제도 뿌려봤지만 소용이 없어 결국은 물티슈와 면봉을 들고 쪼그려 앉아 일일이 손으로 제거했다. 참 소름끼치고 수고스러웠다. 우리 집이 매주 장을 보는 할인마트에선 파프리카가 항상 세일 중이다.


그래도 열매를 보고야 말리라.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 진드기를 잡는 모습은 조금 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