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memories

by DEARLUCY

우리 엄마는.

내가 40살이 다 되도록

“너 어렸을 때 말이야~”를 달고 사신다.

봄이를 보면서 문뜩 생각나실 때도 있고, 그냥 둘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오기도 한다.


“너 세 살 때, 유치원에서 발표회를 하는데 네가 제일 어렸잖아. 그때는 요즘처럼 이렇게 빨리 유치원에 다니지 않았으니까. 근데 선생님이 너한테만 캐스터네츠를 안 주신 거야. 제일 쪼그만 애가 가에 서서 맨 손으로 서 있는데 울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근데 노래가 나오니깐 다른 애들은 다 캐스터네츠 치기 시작하는데, 네가 맞춰서 손뼉을 치더라구~ 얼마나 기특하던지. 그 공연 끝나고 엄마가 선생님한테 얼마나 화냈는지 몰라~”


“너 어릴 때, 엄마가 집에 와서 옷 갈아입으면 아빠 못 보게 한다고 막 가렸잖아~ 그게 귀여워서 아빠가 더 보려고 장난치면 넌 또 그걸 막는다고 하면서 놀았었어~”


“그래도 (사촌) 오빠가 너를 얼마나 아꼈다고. 어느 날은 네가 힘들다고 하니깐 그 자기밖에 모르던 녀석이 너를 업고 집으로 온 적도 있어~”


“너 그거 기억나니? 우리 이모할머니 집에 가던 길에 다리 밑에서 다 같이 카레 먹는데, 네가 화난 사람처럼 혼자 뒤돌아서 먹어서 한참 웃었잖아~”


둘째 딸이라 서러운 게 많던 나에게 엄마는 "네가 있어서 얼마나 웃을 일이 많았는지 몰라."라고 하며, 엄마의 기억 속 작은 기억들을 나누어 주었다. 덕분에 나는 적어도 엄마아빠에게만은 사랑스러운 딸임을 항상 인지하고 살았던 것 같다.

지금은 엄마의 기억 속 “그때”가 나의 기억 속 “그때”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이 들은 이야기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 그 얘기는 천 번은 들은 것 같아, 엄마 그 얘기는 천 서른세 번째야.라고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내가,

“봄아, 너 그거 기억나? 여기 돌다리 건너다가 너 빠졌었잖아~ 이제 혼자도 잘 건너네~”

“봄아, 예전에 명동 가서 큰 이모 만난 거 기억나? 네가 그때 누구 닮아서 예쁘냐는 말에 ‘큰 이모~’ 그랬잖아, 여우처럼ㅋㅋ”

“봄아, 봄아, 그때 말이야 우리~~~”


고작 다섯 돌도 되지 않은 봄이와의 기억도 이렇게 많은데,

나를 40년 동안 보아온 우리 엄마에게는 소중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기억들이 얼마나 많을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는 “할머니는 이제 그 기억이 안 나시나 봐.”라고 서운하고 서글픈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게 생각난다.

나에게는 쌓여가고 엄마에게는 차차 지워질지 모르는 그 기억들을 붙잡아 놓기 위해-

이제는 나도 엄마한테 얘기해 줘야지.

“엄마 그때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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