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배운다

내 아이에게서 인간적 멋짐이 보일 때

by DEARLUCY

봄이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 영상통화도 다를 건 없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달라는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는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일도 드물다. 그날 하루가 궁금해 몇 번을 물어보고 비슷한 질문을 바꿔가며 해야 겨우 이야기해주는 정도.


봄이는 엄마와 있으면 엄마와의 시간에 집중하고, 아빠와 있으면 아빠와의 시간에 집중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지만 같이 있지 않은 시간은 예외 없다.

봄이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하는 사람이다.


이거, 요즘 내가 나름 ‘수련’이라고 하는 건데.

“지금, 여기”


봄이가 아기였던 몇 년 전, 나는 어려운 교구를 사들이고, 때가 되지 않은 장난감과 책들을 펼쳐 놓고는 ‘언제쯤 제대로 가지고 놀까’, ‘언제 관심을 보일까’하며 무작정 기다렸다. 그때도 그게 빠른 것인 줄 알면서도, 빨리 커서 나랑 놀았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이른 시기에 사준 장난감과 교구들을 그대로 지금 즐기고, 가지고 놀고 있다. 미숙했던 소근육이 발달해 가며 나보다도 익숙하게 가지고 노는 모습에 새삼, ‘아가였을 때는 이랬는데’하며 그리워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건 무슨 심보람.


나는 자주 그래왔던 것 같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래를 그리고,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후회하고. 함께 있으면 귀찮아하고, 떨어져 있으면 그립고.

이건 무슨 심보람.


주변을 살피고, 환경에서 배우고, 듣는 대로 따라 하는 최근의 봄이를 보며 자연스레 반성하게 된다.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었는데. 현재에 집중하고 싶어서 휴대폰도 잘 확인하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현재의 상황과 함께 하는 사람에 집중하는 아이.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이 만족하는 것을 즐기고,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 봄이’가 멋져 보이는 요즘.

그녀에게 배운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만큼 값진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