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MBTI지만,
라떼는,
"너 혈액형이 뭐야?"
"A형. 너는?"
"어쩐지 잘 삐지더라ㅋㅋㅋ 난 B형."
"그래서 팩폭을 잘 날리는구나."
이런 대화가 자연스러웠던 '혈액형의 시대'였다. 관련 웹툰이 나올 정도로 네 가지 혈액형의 특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드러나는 특성만 보고 혈액형을 맞춰보는 것은 지금의 MBTI와 다를바 없었다.
어떤 모임에서 "저는 E와 I 중간으로 나와요 항상~"라고 이야기 했다가 누군가의 신랄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정확히는 내가 아닌 MBTI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말문을 먼저 튼 사람인 내가 그 자리가 편할리 없었다.
혈액형을 서로 물어보던 그 때도, MBTI를 재미로 맞춰보는 지금도 나에게 그건 그냥 하나의 문화고 재미다. 그냥 사람을 이해하는 여러가지 요소 중 가볍고, 재미있으며, 이것을 화두로 나와 비슷한 점을 찾아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소통의 문화.
네 가지의 혈액형에서 열 여섯가지 MBTI 유형으로 나누어진 것은 복잡한 한 명의 사람을 조금은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아닐까. 또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수치, 그래서 영원하지 않다는 메세지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구구절절 MBTI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이니고, 또 나에 대한 이야기 인데,
나는 E와 I, P와 J가 거의 중간에서 맞물리는 사람이다. 누가 봐도 NF인데, 에너지의 방향과 계획성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랄까. 중도에서 뭐든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치만, 예전의 나를 보면 난 전형적인 J였다.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할 뿐 아니라 미리 알아봐야 불안이 덜하고 마음이 편했었다.
지금은. J가 되고 싶은 P, 또는 많은 걸 내려놓은 J?
내가 J이길 포기한 이유는 단순하다.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나를 거의 강박으로 이끌었고, 그건 다시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하나의 계획에는 개인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 그리고 모두의 시간과 노력, 끈기 그리고 운까지 따라줘야 한다.
스토리가 짜인 여행처럼 세상을 사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몇 년간 실행되지 않았다.
자연스레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을 때 이루어지는 어떠한 것.
일이 풀리지 않거나, 시기가 맞지 않거나.
나에게 계획은 그러한 기억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계획 세우는 걸 포기하고 현재에 충실하며 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에게 들려온 놀라운 소식.
우리의 세상이 많이. 뒤짚힐 것 같다.
계획했던 일은 아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려 생각지도 못했지만,
돌고 돌아 뒤 늦게 찾아온 우리의 '계획 아닌 계획'에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금에 충실하며 즐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