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내 안의 할머니 잠재우기

by DEARLUCY

‘할머니’는 나의 열등감 또는 자기 비하의 다른 이름이다.


이렇게까지 무조건적일 수 있을까.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그런 사람이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아빠 딸 하고 싶다고 하기 미안할 정도로, 엄마아빠는 나에게 아직도 그러하다.

아빠는 작은 아들이지만 그 당시 어른들의 여러 가지 사정이 얽혀 아빠의 엄마, 나의 할머니는 내가 7살 무렵부터 우리와 함께 사셨다. 내가 기억을 할 수 있는 나이부터 할머니로부터 받는 차별은 당연했다. 아들이 최고였던 당신의 자식 중 유일하게 아들이 없는 아빠의 막내, 나에게 어디도 풀 수 없는 그 속상함을 차별이란 이름으로 푸셨던 걸까.

할머니가 우리와 함께 산 기간보다 세상을 떠나고 없는 기간이 더 길어졌음에도 나는 내 안의 어린아이가 비집고 나오며 이유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할머니를 원망한다. 그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련의 '어른스러운 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나의 모든 비행과 삐뚤어짐 한가운데는 아직도 할머니가 자리 잡고 있다.

나에게 무언가 말씀하실 때도, 내가 무언가를 하는 것을 볼 때도 항상 가시가 돋친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를 만나 막대사탕을 물고 들어가는 나에게, “지 입만 입이냐.”라고 흘리듯 말씀하신 걸 아직도 기억한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는 중환자실에서 말씀도 못하시면서 나에게 짜증을 내던 것도 너무나 생생하다.

몇 가지의 생생한 기억과 강력한 이미지를 남기고,

할머니는 15년 정도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다가 나에게 인생의 큰 숙제를 주시고는 떠나셨다.

그로부터 일방적으로 받은 어린아이의 아픔과 설움을 살아가며 스스로 치유해 갈 것.


세상에 없는 사람을 원망해야 무슨 소용이겠냐고.

나의 인생의 역경과 고난이 있을 때마다 불쑥 나타나 나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 건, 그저 할머니의 모습을 한 나의 나약함이라고.

모르지 않지만 나에게 그 이미지를 지우는 것은 여전히 너무나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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