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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갱 Nov 19. 2023

#일상 - 무제035

여유

요즘은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에 시간을 자주 보낸다.

내가 어떠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 때 가지게 된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굳이 내 감정을 밖으로 드러낸다.

숨김이 없는 사람이어서, 항상 패가 드러난다.

나와 마주 앉은 사람이 누구든 내 패를 보고 나와 대화를 나눈다.


이건 썩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


어제의 내 감정과 오늘의 내 감정은 또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안 좋은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노력하면 또 그만큼 감정 선이 살포시 정상을 유지시켜 준다.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나이인가?'


라는 물음이 생겨 또 찬찬히 궁상을 떨어본다.

그 물음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 보니 여유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늘 바쁘게 살아서 그런 것 같다. 

바쁘게만 움직이니 밥 한 끼 먹는 시간에도 휴대폰을 놓지 못하나 보다.

무언가를 계속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이것저것 읽고 보고를 반복한다.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확실히.



여유는 또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이 여유일까 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또 그것이 꼭 그런 것은 아니더라.


결국 내가 생각하는 여유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하지만, 나중을 위해 현재를 써나가는 나 자신을 보니 여간 안타깝다.


-


올해는 가을이 너무 짧았다.

너무 짧은 나머지 오들오들 떨면서 억지로 가을을 만들어보려 해 봤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호다닥 지나간 탓에 여유를 느낄 겨를 이 없었나 보다.


-


궁상 좀 그만 떨어야지 하다가도, 이것이 내가 부릴 수 있는 시간이요 사치다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여유 부리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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