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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l 31. 2020

꿈이 묶인 사회에 살아간다는 것

위아래가 뒤집혀 '꿈'이 '묶'인 사회가 돼버렸다

"꿈이 뭐야?"


참 설레는 질문이다. 물론, 다 큰 어른들에게 어울릴만한 질문은 아니지만.


"전 유튜버요!"


요새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 1위는 유튜버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어서란다.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 쪼꼬만 애들이 뭘 안다고 돈 많이 버는 걸 꿈꾸는 걸까. 요새 애들 사춘기도 빠르고, 조숙한 애들도 많다는데, 진짜 다르긴 한가보다. 


둘째, 요놈들 유튜버 되려면 콘텐츠 기획도 해야 하고, 영상 촬영도 해야 하고, 편집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는 하는 걸까?


유튜버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아이들은 언제쯤 알게 될 것인가. 살면서 '산타는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언젠가 한 번은 마주쳐야 하듯이, '세상이 반드시 자기 뜻대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불편한 진실에도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부딪혀야만 한다. 참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세상이 원래 그런 곳인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꿈을 꾸는 데에도 때가 있다!?


자기 뜻대로만 살아지지 않는 게 세상의 이치다. 때로는 열심히 노력해도 잘 안될 수 있고,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항하던 배가 갑자기 고꾸라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꿈꾸고 바라는 삶을 평생 영위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만한 나이가 된 사람이 함부로 '꿈'에 대하여 입에 담으면 아직 철이 덜 들었다며 애 취급받기 십상이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꿈은 뭔 꿈이야! 세상 물정 너무 모르네!'


맞는 말이다. 세상은 녹록지 않은 곳이다. 꿈은 커녕, 하루하루 먹고사는 걱정만 하면서 살기에도 버거운 곳이 세상 아니겠는가. 당장 한 달 뒤의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네 인생에서 꿈을 논하는 것은 어쩌면 사치이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가능성의 꿈 vs 현실화된 꿈


어른이 되면 '꿈'이라는 단어와 시나브로 소원해지게 된다. 왜일까?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면 꼭 그 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 '죽을힘을 다한 노력'을 마땅히 감내해낼 만큼 꿈을 소중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은 흔치 않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꿈이 뭐야?'라는 질문에 어떠한 허무맹랑한 대답이 나오더라도 용인될 수 있다. 아직은 '가능성'을 봐야 할 때니까. 실제로 그 꿈을 이루려면 어떠한 강도의 노력을 쏟아내야 하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삭막하고 치열한 것인지 아직은 모를 때니까(그리고, 몰라도 되니까).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꿈이라는 단어와 쉽게 어우러진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꿈은 점점 더 현실의 문제로 전이된다. 그렇기에 꿈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소망을 갖고 살아간다면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던 꿈의 허상을 실제의 것으로 바꿔가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감내해야 한다.


그 과정이 결코 쉬울 리 없다. 그래서, 대개는 포기해버린다. 꿈을 이루어내고 싶다는 절박함보다 그 인고의 시간을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큰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 한 켠에 못 다 이룬 꿈을 묻어둔 채 그냥저냥 현실에 발맞춰 살아가게 된다. 잘못은 아니다.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다만, 그러한 사회의 풍조가 더 강해지면서 현실에 꿈이 묶여버린 사회가 돼버리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꿈'이 '묶'인 사회가 돼버렸다.


꿈을 크고 다양하게 그려가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지만, 그 꿈을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그런데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강요하듯 꿈을 꾸라고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채찍질을 해대면서, 막상 그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더 절박해져야 하는 시기에 선 어른들은 꿈을 외면한다.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위아래가 뒤집혀 '꿈'이 '묶'인 사회가 돼버린 것이다.


사는 게 그만큼 힘든 것도 사실이니,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삶의 전형이 된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어디 꿈이 없어서 현실만 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겠는가. 그렇기에 더더욱 꿈을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살아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이 미련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또한, 간절한 마음만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쏟아내기만 한다면 꿈과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결국에는, 어린아이들에게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에게도 꿈을 권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곧 서른을 앞둔 철없는 한 청년의 꿈이다. 바라기는, 평생에 이 꿈이 현실과 타협점을 찾지 않고,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의 꿈과, 이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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