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Mar 06. 2022

개발자 열풍,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신입 개발자 초봉이 8,000만 원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개발자 열풍이 뜨겁습니다.

2021년 초, 유명 게임 개발사들이 전격적으로 개발자 연봉을 인상했습니다. 전문성 있는 고급 인력의 급여가 높게 측정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개발자 분들이 평소에 얼마나 고생하시고, 성장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학습하시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면 정당한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해당 현상은 실제 개발 성과에 따른 보상적 측면보다, 경쟁사와의 개발자 모셔가기 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한 울며 겨자 먹기식의 성격이 강했습니다작년 초에 있었던 게임 개발사 연봉 인상 경쟁은 분명 노동 시장의 왜곡이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는 IT 기업의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자원입니다. 때문에, 타사로 개발자를 뺏긴다는 건 일반 직군의 실무자 한 명의 누수보다 더 큰 리스크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경쟁사가 개발자 연봉을 적극적으로 인상하는데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이해는 됩니다만, 이러한 경향이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숙고해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결국, 높아지는 개발자 몸값으로 인한 리스크는 고스란히 그 기업들에게로 다시 돌아가게 될 테니까요.


이유야 어찌 됐건, 그렇게 개발자 연봉의 고공비행은 시작되었습니다. 네카라쿠배를 필두로 한 국내 주요 IT 기업들이 연일 파격적인 급여와 복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최근엔 직방이라는 기업에서 신입 개발자 초봉으로 8,000만 원을 걸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워시스왓이라는 스타트업도 신입 개발자 초봉으로 6,000만 원을 내걸었습니다. 일반 사무직군의 경우에는 중견기업의 과장 직급은 되어야 연봉 6,000만 원이 될까 말까 한데, 확실히 개발자 몸값이 상상 이상으로 높아진 것은 맞는 거 같습니다. 과연, 이러한 노동 시장의 왜곡이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장기간 지속되면서 메가트렌드가 되어갈까요, 아니면 잠깐 피어올랐다 사그라드는 불꽃으로 끝나버릴까요.


워시스왓(세탁특공대) 원티드 개발자 채용 공고 중




제2의 닷컴버블인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인터넷/통신 기술에 대한 거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트렌드였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인터넷,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기술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IT 관련 기업들은 투자도 쉽게 받을 수 있었고, 주가도 연일 폭등했습니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는 IMF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견인책으로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쏟아져 나왔고, 다수의 기술 기반 벤처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 자금을 모으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자연스레, 인터넷/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을 견인해갈 수 있는 개발자의 가치가 급상승했고, 개발자 품귀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지금의 개발자 열풍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죠.


하지만, 그 당시 만들어졌던 닷컴버블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하며 승승장구하던 벤처기업들 중 많은 수가 사업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발생했죠. 그중에 하나가 개발자 일자리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높은 몸값으로 채용되었던 개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입니다. 대다수의 기술 기반 벤처 기업들이 폐업을 한 탓에 절대적인 근무지가 부족해졌고, 그로 인해 수많은 개발직 종사자 분들이 갈 곳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닷컴버블 시기의 개발자 품귀 현상은 지금의 개발자 열풍과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단순히 개발자가 희소해져서 연봉이 올라갔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그 배경 또한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저성장으로 인한 국가적 경제 위기 상황

커져만 가는 기술에 대한 환상

경제 회복 정책이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벤처기업, 그리고 스타트업)에게 집중

그 과정에서, 소수 기술 선도 기업들의 성공 사례 탄생

해당 기업으로 투자 시장 자본의 쏠림 현상 발생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발자 채용 확대


20년의 터울을 두고 반복되는 이 사이클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요. 만약, 개발자 몸값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IT 기업들의 혁신이 허상이 아니고, 계속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새로운 IT 일자리를 창출해준다면 자연스럽게 선순환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시점에서 성장과 혁신이 멈춰버린다면 닷컴버블 시대의 악몽을 답습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행히도, 건강하게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는 좋은 기업들 덕분에 시장의 미래가 그래도 밝다는 희망을 가져봄직 합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과도한 개발 직군에 대한 환상과 몸값 부풀리기 현상에 대해서는 분명히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발자의 몸값이 치솟는 만큼, 비례해서 사업적으로 더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토대가 부족한 상태로 맞이하는 개발자 열풍이라면 결국 폭탄을 끌어안고 쏘아 올려진 로켓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개발자 열풍, 본질은 무엇일까요?

2021년의 복권 판매액이 전년 대비 10.3%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 전년도에 이어서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3-4년 전에는 가상화폐 투기 열풍으로 사회가 시끄러웠죠. 한동안 주식 시장이 엄청난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고요. 이처럼, 경기가 어렵고 사는 게 팍팍해질수록 사람들은 일확천금의 환상에 쉽게 흔들립니다. 개발자 열풍의 이면에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투기적 기대감이 녹아있습니다.


특히, 저성장 시대의 기회 축소 문제를 온몸으로 부딪히고 있는 청년 세대에서 그러한 투기적 성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학비는 올라가고, 번듯한 일자리 하나 없이 학자금 대출을 빚으로 떠안은 수많은 청년들. 가까스로 취업을 하더라도 받게 되는 연봉으로 집 사고 자립할 준비를 하자면 또 한 번 머리가 지끈합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연봉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아마 다들 한 번쯤은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을 거 같습니다.


아, 나도 개발자나 한 번 해볼까


기업들은 연일 개발자 몸값을 띄우며 치킨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신들의 성장이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인 양 눈에 불을 켜고 개발자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N포 세대 청년들의 눈에는 그 광경이 인생 역전의 한 방 찬스로 보입니다.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 엄청난 소용돌이가 채용시장을 휘몰아치면서, 결국 개발자 열풍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개발자 열풍이 IT 기술 발전과 산업 대전환으로 인한 큰 흐름인 것은 분명 맞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급격하거나 과할 경우에는 분명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보다 객관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 현상에 대해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발자들과 함께 사업을 확장시켜가야 하는 기업도, 개발자로의 커리어를 고민하고 있는 구직자(청년)도, 지금의 개발자 열풍 이면에 있는 리스크에 대해 분명하게 이해해야만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개발자 열풍의 근간에 있는 사회 전반의 변화 양상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뜯어보려고 합니다. 개발자가 부상하는 것은 SW 기술의 성장세를 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이 기형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아마도, 산업의 변화를 사회 제도와 사람들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해서일 것입니다. 그런 상황의 배경과 흐름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해보고, 그를 통해 문제의 본질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IT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개발자에 대한 고민과 환상을 갖고 있는 많은 분들을 보게 됩니다. 대다수의 분들은 개발자 커리어에 대한 잘못된 정보, 진로에 대한 확신 부족, 장기간 취업 실패로 인한 다급함 등으로 힘들어하며 상담을 요청합니다. 그런 분들과 대화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토대로 하여 보다 현실적인 진로 고민을 하시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돕기 위해 부족한 제 경험과 정보들을 나눠보고자 글을 써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개발자 진로에 대한 고민도 들어드리려고 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있다면 댓글, 또는 브런치의 [제안하기] 기능을 통해 연락을 주세요. 현업에 있어서 바로바로 응답은 어렵지만, 최대한 빠르게 확인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도움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