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채용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씬에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고, 시장의 유동 자금이 줄면서, 스타트업으로 흘러가는 투자금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단기에 끝날 거 같지는 않습니다.
투자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씬의 혹한기가 2년 정도는 지속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향후 2년 안에 현존하는 스타트업 중 95%가 망할 거라는 예측도 있고요.
물론, 기우일 수 있습니다. 기우이길 바라야죠. 다만,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겠습니다. 분명 앞으로 꽤 긴 시간 동안 스타트업들은 차디찬 겨울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겨울을 잘 견뎌내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입니다.
개발자 채용 시장이 달라질 거예요.
생존을 위한 아젠다 중 최고 우선순위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인력 감축의 압력이 생길 것이고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고민이 집중될 포지션이 바로 개발자입니다. 그동안 과도하게 몸값과 처우가 올라간 상태인 게 문제가 되는 것이죠.
지난 몇 년간 개발자의 몸값은 크게 올랐습니다. 그 정도의 몸값 상승이 타당한 것인지 충분히 고민할 새도 없이, 기업들은 앞다퉈 좋은 개발자를 데려가기 위해 파격적인 연봉과 처우를 제시했습니다. '잘하는 개발자' 한 명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가 무궁무진하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또, 그렇게 연봉과 처우를 높이더라도 '잘하는 개발자'를 채용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에, 천정부지 치솟던 몸값의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앞다퉈 개발자의 몸값을 띄우던 기업들 중 대부분은 이제 그 정도의 비싼 몸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자금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한 번 높아진 연봉과 처우를 무작정 낮추는 건 또 어렵겠죠. 결국, 앞으로 기업들은 채용 TO를 줄이고, 대신 보수적으로 판단해서 역량이 확실하게 검증된 소수의 인력만을 채용하려고 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질 거 같아요.
사람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SW 산업 자체가 붕괴돼버리지 않는 이상, 개발자는 여전히 21C 산업의 큰 흐름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력입니다. 때문에, 개발자라는 직무의 중요도는 여전히 굉장히 높습니다. 직무 자체의 매력도가 바닥까지 떨어지는 일은 쉽게 발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경기가 안 좋고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악화될수록 개발자 채용의 룸은 갈수록 좁아질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좋은 취업의 기회는 정말 뛰어난 소수의 개발자들에게만 주어질 것입니다. 기회를 잡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은 아예 구직에 실패해하거나, 개발자 커리어를 이어가는 게 어려워지겠죠. 극단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상황이 괜찮았던 시절에도 개발자들 사이의 빈부격차는 존재했습니다. 역량에 따라 같은 연차, 같은 포지션의 개발자가 받을 수 있는 급여의 수준은 천차만별이었어요. 그런데, 향후 몇 년간 그 차이가 더 커질 거 같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여전히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개발자와 아예 구직 조차도 하지 못하고 커리어를 포기해버리는 사람들, 그 사이의 간격은 점점 더 크게 벌어질 거 같아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합니다.
넉넉한 투자금으로 공격적인 개발자 채용을 하던 호시절은 지났습니다. 이제는 채용을 하는 회사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회사에 어떤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다면 구직 과정이 쉽지 않을 거예요.
이런 때일수록 냉정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합니다. 너무 큰 기대와 높은 눈높이는 점점 더 구직을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역량에 부합하는 적정 수준의 처우는 무엇인지 잘 객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개발자의 커리어를 이제 막 고민하는 단계에 있는 분들이라면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개발자 붐 현상 덕분에, 타 직무에 있던 분들 중에 개발자 커리어에 도전하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아마도 좋은 처우와 자유로운 근무 환경 등이 매력적으로 느껴서겠죠.
그런데, 당분간은 개발자라는 직무에 그 정도의 메리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공부를 했는데 적당한 채용 자리가 나오지 않아서 난감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과 지금의 채용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크게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고, 주의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세요.
보통 비전공인 분들이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교육 기관의 도움을 많이 받곤 하는데요. 평균적으로 교육을 수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4~6개월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는 채용 시장의 트렌드가 뒤집히고, 완전히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기에 충분한 기간입니다. 교육을 처음 듣기 시작할 때에는 '개발자가 최고다, 개발자의 처우가 엄청 좋다'라고 시끄럽다가도, 교육이 끝날 때쯤 돼서는 '개발자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개발자 채용이 닫히고 있다'라는 여론이 슬슬 나오게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교육 과정 수료를 앞둔 분들이 딱 그런 상황에 낀 거 같습니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개발자가 된다는 것은 인생 역전의 대 기회인 것처럼 얘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불과 반년 후가 되니 위기설이 돌고 있죠. 이런 급격한 시장의 변화에, 결국 힘들어지는 분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학습을 이어가는 구직자 분들입니다.
반년 이상의 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시작 단계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서 큰 위험을 부담하셔야 하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그런 분들의 불안 가득한 문의가 최근 들어 더 많아진 거 같아서,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정보를 드려보고자 부족한 글을 적어봅니다.
마치며
개발자 채용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도 있고, 구직자 분들 개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일반화하기보다는 개인의 의견 정도로만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부디, 정보가 부족해서 구직과 채용에 불이익을 겪는 분들이 없기를 바라고, 혹시라도 기회가 되면 더 도움이 될만한 정보나 생각들에 대해 종종 글을 써보도록 할게요. 개발자가 되기 위해 시간과 감정을 쓰고 계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