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런던!”_런던에 미치다

by Jianna Kwon
<런던에 미치다>
최은숙 저
조선일보 생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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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여행 서가를 기웃거리다 'LONDON'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아, 런던!'하며 빌려온 책이다. 마음이 소란스러워 떠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른 날엔, 마음을 휘젓는 시끄러움을 잠재우고 차오른 여행의 욕구를 달래줄 책이 필요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 스스로를 토닥이며.


런던엔 아직 가 보지 못했다. 마음속엔 늘 여행하고 싶은 도시 1순위인 런던이었다. 하지만 막상 여행지를 선택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여행 가는 시기가 하필 겨울인지라 런던의 우기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여행지를 선택하곤 했다. 그러기를 수년째인 지금도, 내 마음속의 런던은 가봐야 할 여행지로 독보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언제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런던에 푹 빠지다 못해 미친(?)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며 런던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는 재미는 여행을 준비하는 설렘만큼이나 행복을 주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울상이 된 아이에게 엄마가 건넨 크렘 브륄레처럼.


런던에서 하고 싶은 것들


1. 헴스테드 히스의 나무 벤치에 새겨진 감동적인 글귀에 기대어 앉아 책 읽기

2. 니코스 카잔 차서 키가 <영국 기행>에 쓴 영국 박물관 감상 비법 따라 해보기

"인류의 이 무한한 보물들을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나는 스스로 이런 공상을 했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지진, 화재, 야만적 침략과 같은 대참사가 발생한다면 이 소장품들 가운데 나는 무엇을 구할 것인가 하고."

3. 애비 로드(Abbey Road)에서 우리 가족 비틀스 사진 흉내 내어 찍기

4. 뮤지컬 공연 관람 : <빌리 엘리엇>, <시카고>,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메리포핀스> 등 다 보고 싶다. 욕심은 자유다.

5. 애프터눈 티는 꼭. 꼭. 꼭!

6. 소호의 빈티지 매거진 숍(Vintage Magazine Shop)에서 아주 오래된 엽서 사기

7. 일요일에만 문을 여는 칼럼비라 로드 플라워 마켓(Columbia Road Flower Market)에서 한 아름 꽃 사기

8. 영화 <노팅힐(Notting Hill)>에 나오는 포토벨로 로드 마켓(Portobello Road Market) 따라 구경하기

9. 배가 지나가면 상판이 열리며 올라가는 타워브리지(Tower Bridge) 바라보기
10. 찰스 디킨스의 소설<올드 큐리어시티 숍(The old Curiosity Shop)>과 이름이 같고 '런던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1567년에 지어져 400년이 훨씬 넘었다고 함)에 가보기
11. 블루 플래그(Blue Plaque) 찾기 놀이
12. 켄우드 하우스(Kenwood House)에서 렘브란트 말년의 걸작 <두 개의 원이 있는 자화상>과 베르메르의 <기타 연주자> 마주하기
13. 존 소어 경 뮤지엄(Sir John Soane's Museum)에서 매달 첫째 주 화요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만 열리는 '촛불의 켠 저녁(Candlelit Evening)'이벤트 참여하고, 그림갤러리(Picture Gallery)라는 방의 요술 같은 문을 지나며 그림 감상하기


'아, 안되겠다! 영화 <노팅힐>이라도 다시 한 번 봐야겠다.' 하고는 영화를 보다가 이 영화가 19년이나 된 영화라는 사실과 영화 개봉시기가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라는 것과, 영화 장면과 내용이 대부분 잊혔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영화 속 배경이 된 런던의 모습보다 윌리엄 태 커(휴 그랜트 분)와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 분)의 사랑 이야기에 몰입하여, 사랑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처럼 가슴 설레며 펑펑 울 수 있는 감성이 지금도 내 안에 남아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나저나 어쩌나, 더 부풀어버린 이 그리움은 이제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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