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음악, 김광민 <지구에서 온 편지>
1997년 어느 날,
어학원을 다녀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가 먼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두 번째 만남에서 그는 나에게
CD 앨범 한 장을 내밀었다.
김광민의 첫 앨범, <Letter From The Earth>였다.
그 후로 몇 번의 연락을 했었고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우연이 아닌 만남을 하기에는
내 마음이 그만큼 가지 못했다.
이 앨범의 곡들을 들으면
나는 20대로 돌아간다.
그때의 구체적인 기억들보다
그 시절의 감정들로 휘감긴다.
이유 없이 설레고, 이유 없이 아프다.
누구에게나 20대의 음악이 있다.
그것은 지울 수 없게 마음에 새겨진 음악이고
어리고 서툴지만 아름다웠던
그때의 나를 만나게 해주는 음악이다.
시간 여행을 하게 해주는
그런 음악들이 필요한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