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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nna Kwon Feb 06. 2018

아트인문학 여행_김태진, 백승휴

이탈리아의 아트인문학을 여행하다

<아트인문학 여행>_김태진, 백승휴 저/카시오페아


아트 + 인문학 + 여행 = ?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으려나 하는 마음에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자마자 곧장 품에 안고 계산대로 힘차게 걸어갔다. 2월은 아무래도 이탈리아 삼매경에 빠질 듯싶다. '이탈리아'라는 글자만 봐도 눈이 반짝이며, '르네상스'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시기다. 다른 유명한 예술가들은 잠시 뒤로 밀려나고, 이탈리아에서 나고 살고 남기다 죽어간, 이름도 유명한 사람들에 대한 책에만 지갑을 열고 있다. 이 정도 정성이면 이탈리아도 내가 가는 것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들진 않겠다 싶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적은 이전엔 없었던 것 같다. 스페인에 가며 가우디에 관한 책을 몇 권 무작위로 읽을 때에도 심히 바쁜 시절이던 터라 미리 사둔 책도 미처 다 못 읽었으며, 프랑스에 갈 때에는 무방비 상태로 가서 여행책자를 급하게 꼼꼼하게 정독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설렌다, 이탈리아와의 만남.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보이는 것을 잘 보아야 한다.



   프롤로그의 글은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막연히 뜬구름 잡듯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볼 수 있는 것을 잘 보아야 한다. 여행이라는 '낯섬'을 마주하려면, 그것을 전혀 관심 없었고 알리 없었던 타인으로 낯설게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보았던 누군가를 보듯이 기시감으로서의 낯섬을 느껴야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뜻밖의 경험을 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지만, 우리들은 대부분 예측된 여행을 계획하고, 거기서 내가 최상의 상황에 놓여 낯섬을 기시감으로 느끼기를 원한다. 당황스러운 생면부지의 낯섬이 아니라, 어디서 본 것 같지만 사실은 처음인, 혹은 내가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몰랐던 그것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여행은 익숙하게 느껴지던 그것을 낯설게 만나 결국은 그것을 비로소 알게 되고 느끼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떠날 때 아쉽게 "안녕..."할 수 있는.

   르네상스 시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온 시기. 이 책은 이 시기에 이탈리아의 네 도시에서 활약한 다섯 명의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김태진 작가와 백승유 작가의 여행기이자, 르네상스 시대의 시대적 상황과 주요인물들, 그 인물들이 남긴 예술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이 책은 피렌체를 여행하며 만난 브루넬리스키와 보티첼리, 밀라노를 여행하며 만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로마에서 만난 미켈란젤로, 마지막으로 베네치아에서 만난 티치아노에 대해 쓰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창조성의 다섯 가지 비밀들을 각 장마다 하나씩 키워드로 삼아 보여주고 있다.

1. 브루넬레스키의 '도전'

   남들이 쉽게 따라가는 대로가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가기로 고독하지만 반드시 가야 했던 그 길을 갔던 브루넬레스키를 만났다. 로마에서 17년간 독학으로 고대 건축을 연구한 미치광이 같았던 그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대세가 아닌 그 길을 묵묵히 걸었고, 결국 위대한 피렌체 두오모 성당의 돔을 완성했다.

2. 보티첼리가 적극 참여한 플라톤 아카데미의 '과감한 투자'

   밑도 끝도 없이 들어가는 예술 번영을 위한 지원에 그 어떤 망설임과 후회가 없었던 메디치 가문을 만났다. 다른 어떤 것도 염려하지 말고, 그저 예술을 하라,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할 수 있었던 메디치 가문의 정신은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숭고했다. 이런 과감한 투자로 인하여 피렌체의 르네상스가 체계를 잡게 되었다. 메디치 가문은 자발적으로 이 일을 선택했고, 이루었다.

3. 다 빈치의 '몰입'

   예술적 표현을 위하여 해부를 하며 인체를 탐구하고 비행기를 구상했던 다 빈치는 여러 가지에 욕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한 분야에 몰입하였기에 그것을 위한 과정으로서의 학문을 두려움 없이 해나갈 수 있었다. 치열한 노력과 천재성으로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것처럼 보였던 그는 사실 예술의 최고의 경지를 향해 다만 극도의 치열함으로 과정으로서의 학문에 몰입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4. 미켈란젤로의 '헌신'

   그는 할 줄 아는 것만 하던 예술가가 아니었다. 최고의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로서 살고 싶었지만, 그는 회화에 대해서도 천재적인 재능과 그보다 더한 열정과 피나는 노력, 그리고 헌신을 보여주었다. 시스티나의 천장화를 완성하기 위해 온몸이 상할지라도 치열하게 그것에 매달렸던 미켈란젤로는 예술에 자신의 인생과 영혼까지 헌신한 사람이었다.

5. 티치아노 및 베네치아 거장들의 '개방에 이은 재창조'

   배우고 익히는 것은 겸손함을 기본으로 한다. 교만한 사람은 배울 수 없다. 타인이 이룬 것을 수용하지 못한다. 베네치아의 예술가들은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예술과 관련된 기법들을 받아들이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들은 예술을 위해 좋은 것이라면 다가가 배웠고, 그것들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만의 것으로 재창조해냈다. 그런 개방성과 창조력, 진정성이 르네상스의 마지막을 더욱 찬란하게 해준 베네치아의 예술품을 만들었다.

   이 책을 덮으며,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키워드에 대해 생각하였다. 결과로서의 예술은 과정으로서의 예술의 증거가 될 뿐이었다. 도전, 과감한 투자, 몰입, 헌신, 개방에 이은 재창조는 내 삶에 적용되어야 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많은 질문들을 남기는 이 책이 고맙다. 예술 서적을 읽고 나서 덮을 때에 남았던 작품에 대한 여운과는 다른 여운이 남았다. 그것은 인생에 대한 것이었다. 내 인생의 결과가 무엇이길 원하는가가 아니라, 내 삶을 어떤 가치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가득해져 버렸다. 나는 이제 수많은 Interrobang(인테로뱅 : 의문(?)과 감탄(!)을 동시에 나타내는 감탄의문부호)을 이탈리아에서 경험하기를 기대한다.


The Well-beloved
이야기가 담긴 사진들을 찍어오고 싶다.
이젠 구체적인 루트를 짜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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