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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nna Kwon Feb 06. 2018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_미야자키 마사카츠

세계사의 흐름을 잡다.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_미야자키 마사카츠/RHK

   학창시절, 처음 세계사를 접했을 때 나는 그 어떤 흥미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그전에도 나는 세계사와 나의 관계에 있어 어떤 의미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처음 국사 선생님은 너무 친절한(?) 분이어서 모든 아이들에게 잘 나오는 빨간 펜과 자를 준비하게 하여서 시험에 나올만한 것에만 밑줄을 긋게 해주는 깔끔한 수업을 해주셨다. 난 그 수업이 참 좋았다. 구구절절한 이야기 없이 딱 그 부분만 잘 외워놓으면 국사를 잘 하는 아이처럼(!) 점수를 받게 하는 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셨기 때문이다. (물론 재미는 없었다. 다만 깔끔했을 뿐.) 세계사 선생님은 국사 선생님과 달랐다. 책을 모두 읽게 하셨고, 시험에 나올 것을 딱딱 골라내주시는 친절함은 전혀 없으셨다. 그렇다고 세계사를 흥미 있게 해주실만한 그 어떤 이야기도 나는 듣지 못했다. 세계사는 건조한 것이었고 도대체 내가 왜 배워야 하는지 짜증마저 나게 하는, 얼른 해치우고 도망가 버리고 싶었던 과목이었다. 벼락치기는 기본이었기에 시험 전날은 내 머릿속에 그 어떤 밑 작업도 없는 세계사 지식을 조각조각 잘라, 그래도 이건 나오겠지 싶은 중요한 연도와 나라의 이름, 주요 사건을 외웠다. 이런 나의 지리멸렬한 세계사와의 소통의 부재는 대학시절을 지내고 나서 그 빈 공간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식이었다. '어? 그 사건, 그 사람 이름을 알아. 하지만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어.' 나는 세계사에 대해 아.는.게. 없.었.다.

   필요에 의해서 세계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빈약한 의지를 쉽게 꺾는 것이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또 질문하게 되었다. '굳이 지금 세계사를 또 공부할 필요 있겠어?'라고. 이런 스스로에 대한 합리적 방어를 위한 질문은 내게 세계사 관련 책을 읽지 않을 이유들을 만들어내게 하였다. 하지만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몇몇 순간들이 있었다. 유럽여행, 미국 여행, 중국 여행을 할 때 그 찬란한 문화유산 앞에서 나도 아는 만큼 감동하고 싶어서였고, 역사의 흐름을 타고 나타났던 많은 예술품들을 이해하자니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했으며, 우리 두 딸들이 자라면서 나보다 탁월한 역사 감각을 드러낼 때였다. 하지만 가장 동기유발을 시켜준 것은 나 자신의 지적 서재를 다양하고 치우침 없는 균형을 가진 그것으로 채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 때문이었다. 메타 인지를 했나 보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았고 세계사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 넣어 나 자신에게 세계를 이해시키고 싶어졌다.

   메타 인지? 그렇다. 이 책은 메타 인지에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하룻밤에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벼운 분량의 책이다. 하지만 당연히 모든 깊은 속내를 다 이야기해주면서 하룻밤에 세계사를 통달하도록 해줄 수 있는 책은 없기에, 이 책이 하는 일은 있었던 일에 대해서 흐름을 잡도록 해주는 세계사 입문서이자 세계사를 이미 아는 사람들의 서머리용 도서로서의 역할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주 쉽게 읽히는 부분은 당연히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한 것이었으며, 행간에 숨은 이야기까지 읽혔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를 잘 정리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잘 모르는 나라나 시대 속으로 들어가면 이것은 단순한 단어의 나열일 뿐이고 그 어떤 이미지나 사건, 이야기도 연관되어 떠오르지 않아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결국 더 깊이 알아가야 하는 건 내가 스스로 해 나가야 할 일일 것이다. 이 책은 빠른 속도로 '하루'라는 수도관을 통과하는 '역사'라는 거대한 물이 넓은 관을 지났다가 좁은 관을 지났다가 하며 훑고 내려가듯이, 내 머릿속 여기저기에 흔적을 남겼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그 흐름을 나만의 방법으로 단순하게 정리하고,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것은 재미있게 풀어놓은 다른 책으로 읽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이 '하룻밤에 읽을 분량'의 책이긴 했지만, 세계사에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 '하룻밤에 전부를 이해하기엔' 턱도 없는 역사 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하룻밤에 세계사를 이해하고, 하룻밤에 한 권의 책으로 비어있던 퍼즐 조각의 부분을 단숨에 채워 넣겠다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지 모르겠다. 독서노트에 나 스스로 역사를 조금이라도 정리해둘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으로 이 책을 기억하기로 한다.

   그럼, 이제 나를 위해, 내 스타일로 세계사를 간략히 정리해볼까 싶다.
   문명이 성립된 후, 세계사를 크게 넷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이 네 가지는 각각 그 역사를 움직인 '엔진'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첫째, 대건조지대가 역사를 움직인 시대이고, 둘째, 대서양 세계가 역사를 움직인 시대, 셋째는 유럽이 패권을 잡았던 시대, 마지막으로 넷째는 미국이 패권을 가진 시대이다. 첫 번째부터 두 번째 시대로의 이행은 '대항해기술'의 발달에 의해, 두 번째부터 세 번째 시대로의 이행은 '산업혁명'과 '교통혁명'에 의해, 세 번째부터 네 번째 시대로의 이행은 '제1,2차 세계대전'에 의해서였다. 그럼 각각의 시대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자.




1. 대건조지대가 엔진이었던 시대


   우리가 학창시절 세계사 첫 단원에서 배웠던 4대강 유역에서 출현한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 황허 문명의 4대 문명을 시작으로 하는 시대이다. 이 시대는 농업이 발달하고 도시가 출현했으며, 세월이 흐른 뒤 제국이 등장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슬람 제국과 몽골제국이 큰 힘을 발휘했던 시대라 하겠다.

(1) 1-2세기 : 로마의 평화와 한(漢) 시대

   로마제국의 전성기로, '팍스 로마나'로 불리던 시대이다. 실크로드와 바닷길은 이 시대에 생겼고, 파르티아는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이었다. 바닷길을 통해 로마제국과 안드라왕조는 향신료 무역을 하였다. 중국은 한(漢) 시대에 있다. 인도는 쿠샨왕조.

(2)  5-6세기 : 유라시아 대혼란의 시대
   
   이 시기에는 기온이 하강함에 따라 북쪽 유목민의 활동이 활발해진 시기이다. 게르만족이 로마제국 쪽으로 밀고 내려오던 시기이다. 395년 로마제국은 동(비잔틴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과 서(서로마제국, 수도 로마)로 분열되고, 476년에 서로마제국은 멸망하게 된다. 비잔틴제국은 사산조페르시아와 대립한다. 이시기의 인도는 굽타왕조. 중국은 북조(북위)와 남조(남송).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3) 8-9세기 : 이슬람 대상권이 엔진이었던 시대

   이 시기는 '팍스 이슬라미카(이슬람의 평화)'라 불린 시대이다. 이슬람 제국은 3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완성하였다. 당시 아바스왕조가 있었다. 바이킹들은 프랑크왕국, 이베리아반도, 비잔틴제국 쪽으로 활동 영역이 커졌다. 중국은 당 시대.

(4) 13-14세기 : 몽골제국이 엔진이었던 시대

   이 시기는 '팍스 몽골리카(몽골의 평화)'시대이다. 기마유목민인 몽골인들이 중앙아시아 대초원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전 지역의 대규모 농경지대를 정복해나갔던 시기이다. 중국은 원 시대. 프랑스 왕국과 신성로마제국이 있었고, 십자군 전쟁(11세기 말-13세기 말)이 있었다.




2. 대서양 세계가 역사를 움직인 시대


   '대항해시대'에 의해 대서양 세계가 중심이 되었던 시대이다.

(1) 16세기 : 대서양 세계가 유럽 성장의 엔진이었던 시대

   이 시기에 대서양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종횡으로 대서양 항로를 개척하였다. 이로 인해 아메리카 대륙의 아스테카왕국과 잉카제국은 멸망했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천연두 등 역병에 전염되어 대거 사망하게 된다. 아메리카에서 얻은 은이 대량 영국으로 들어가고 유럽의 물가가 상승되는 가격혁명이 일어났고, 유럽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이슬람 오스만제국, 인도의 무굴제국, 중국의 명 시대.   

(2) 18세기 : 대서양 세계가 자본주의를 이끌어간 시대

   이 시기는 영국이 패권을 잡은 시기로,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 미국과 멕시코, 카리브해 중심으로 세계자본주의가 성장하게 된다. 노예무역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러시아제국이 성장했고, 중국은 청 시대.




3. 19세기 유럽이 패권을 잡았던 시기


   '산업혁명'과 '교통혁명'에 의해 유럽이 세계사를 이끌어간 시대이다.

(1) 18-20세기 : 국민국가의 성립과 증가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을 계기로 미국을 시작으로 국민국가 형성이 일어나,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1783년 미국 독립, 1789-1799년 프랑스혁명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 국민국가들이 형성된다.

(2) 19세기 후반 : 유럽이 아시아,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이 시기는 유럽 중심의 세계이다. 산업혁명과 교통혁명 후, 식민지 개척을 확대하고 유럽은 점점 강해진다. 이 시기에 미대륙은 횡단열차가 생겼으며, 미국과 독인의 급격한 경제성장이 일어났던 시기이다.




4. 20세기 후반 이후 미국이 패권을 가진 시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전 세계적인 고통이 있은 후, 유럽 국가들은 몰락하고, 세계의 무기공장과 식량 공장이 되었던 미국이 세계사를 이끄는 동력이 된다. 러시아에서는 사회주의 정부가 수립되고, 미소 냉전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냉전시대는 소련의 내부 붕괴로 끝이 났다. 1989년 몰타 회담으로 냉전 종결되고, 1990년 독일은 통일되었으며, 1991년 소련이 해체되었다. 이 시기에 식민지의 민족 독립운동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확대되어 식민지 지배체제가 무너졌다. 컴퓨터 발달로 정보혁명이 일어나, 세계는 더 작고 밀접해졌으며, 모든 것들이 세계 규모로 거래되고 정보가 공유되기에 이르렀다.



The Well-beloved

천천히, 깊이, 그리고 넓게 더 만나보자.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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