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문화유산들

Torre dei Conti(토레 데이 콘티)

by GoGo자형

어느 평범한 출근길 아침

국가유산청 사무관의 아침은 대부분 비슷하다.
사무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국가행정망에 접속하고, 내부망에서 ‘언론보도 브리핑’을 확인한다.

내 담당 문화유산과 관련된 이슈가 있는지,
혹은 전 세계적으로 어떤 문화재 소식이 올라왔는지 살펴보는 일은
이제 거의 루틴처럼 몸에 붙었다.

그 morning scroll 속에서 “로마, 13세기 탑 수리 도중 붕괴… 작업자 매몰”
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또 완전히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고도 말할 수 없는 일.


토레 데이 콘티(Torre dei Conti)

로마 중심부, 콜로세움과 로만 포럼 사이.

그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닿는 중세의 탑 하나가 있다. 토레 데이 콘티(Torre dei Conti).

1203년경 지어진 이 탑은 오랜 세월 동안 지진과 부분 붕괴, 보수를 견디며 로마의 풍경 속에 꾸준히 자리해 왔다.(사실 로마를 10년 전에 다녀왔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

[크기변환]Torre_de'_Conti.jpg 토레 데이 콘티 전경 (출처:위키피디아)

수리 도중의 붕괴 — 2025년 11월 3일

토레 데이 콘티는 EU 지원을 받아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2025년 11월, 탑의 중심 버팀목 일부가 먼저 무너지면서 구조물이 크게 흔들렸고,

이어지는 붕괴로 작업자들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랜 시간 구조작업이 이어졌고, 끝내 한 작업자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그 작은 기사 한 줄이 책상 앞의 나를 순간 멈추게 만들었다.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왜 무너졌을까

탑은 원래도 오랜 구조적 약화와 균열 문제가 있었고, 수년에 걸친 지하 진동(지하철 공사, 소규모 지진) 등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함께 실려 있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결국은 ‘살리기 위해 손댄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유산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떠오르는 장면들

2019년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1966년 석가탑 옥개석 파손

2025년 토레 데이 콘티

세 사건은 모두 ‘문화유산을 지키려다 발생한 사고’라는 공통점이 있다.


문화유산은 오랜 시간이 쌓인 만큼 취약하고, 손을 대는 순간 이미 작은 위험이 따라붙는다.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구조적 취약점을 100% 완벽하게 사전예측하여 보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문화유산 수리 전문가와 담당자들은 그 위험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하지만,

0%의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유산 수리의 두 얼굴

우리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수리를 한다.
그런데 때로는 그 수리가 문화유산을 더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보존을 위해 손을 대는 순간, 보존과 훼손의 경계 위에 서게 된다.


문화유산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지키는 일은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인명사고가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토레 드 콘티의 붕괴 소식은 아침 뉴스 하나로 지나가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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