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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녹 Aug 02. 2020

동정 없는 세상, 성장소설 읽기

그 동정 말고 이 동정이요.

2008년 9월, 고등학교 2학년 때 읽었던 박현욱 작가의 『동정없는 세상』과 『새는』의 독후감

부끄러움은 한켠에 두고 가능하면 당시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올리려고 한다.




1. 들어가며

  어른들의 동화, 아름다웠던 지난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일반적인 성장소설과 소설가 박현욱의 성장소설 <동정 없는 세상>은 달랐다. 동정(童貞)을 떼며 입사식을 치르는 주인공 준호를 통해 가볍게 동정(同情)없는 세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동정 없는 세상>은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처럼 내게 다가왔다. 삼년 전 재밌게만 읽었던 소설이 대학 입학 후에 보다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동정 없는 세상>은 수능을 치른 열아홉살 소년의 근 네 달간의 생활을 보여주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동정 없는 세상>이 2000년에 수능을 치른 세대를 배경으로 한다면 박현욱 소설가의 이후 작품인 <새는>은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세대를 배경으로 다룬다. 전통적인 성장소설의 방향을 따르는 <새는>은 소심한 남자고등학생의, 사랑을 향한 애틋하지만 아릿한 3년간의 학창시절을 소재로 한다. 다른 배경을 하고 있지만 두 작품의 주인공 모두 ‘쾌락원칙’에 충실 한다. 쾌락이라는 별빛에 이끌려 가다가 그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자연스럽게 사회의 상징적 질서 속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작품 속 소년들은 그렇게 성장한다.


위 두 작품의 소설가 박현욱은 <동정 없는 세상>(2001)으로 제6회 문학 동네 신인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그의 작품으로는 <새는>(2006)과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아내가 결혼했다>(2006)가 있다.

            

2. 부모성장의 배경이자 롤모델… 숙경씨와 명호씨가출한 아버지와 맞는 어머니

  인간이 어떤 일정한 삶의 형성에 이르기까지 그 영혼의 발전 과정을 표현하는 소설을 교양소설, 또는 성장소설이라고 표현한다. 교양소설과 성장소설이 동의어인 것은 한 개인의 성장과 자각을 가능케 한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 즉 문화 이념을 한 축으로 개인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의 주인공들은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부딪쳐 치열한 갈등을 겪고 난 후 외상을 입거나 좌절해서 그것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거나 주어진 현실을 풍자하는 것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새는>은 그러한 일반적 성장소설을 말표 운동화를 신는,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주인공 ‘나’와 맥그리거 운동화를 신는 공부 잘하는 부잣집 아들 민석이를 비교해 가며 잘 반영하고 있다. 주인공은 은수의 사랑을 얻고 싶지만 변변치 않은 자신의 모습에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사랑을 쟁취하고자 점차 기타를 배우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가꾼다. 그리고 종국에는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게 되나 그것이 단지 ‘별빛의 이끌림’에 따라간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반면에 <동정 없는 세상>에서의 주인공은 어떤 차별에도 외상을 입거나 힘들어 하지 않는다. 세상이 중시하는 가치와 다른 그의 엄마와, 아빠에 해당하는 삼촌의 가르침과 중산층의 경제적 배경이 주인공의 가치관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태어나서 만 세 살까지는 아이의 두뇌형성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그 동안 뇌 세포의 90퍼센트가 형성, 지능의 70퍼센트가 완성, 뇌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 구조의 80퍼센트가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이렇듯 개인의 성장에서 가정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동정 없는 세상>과 <새는>의 각각의 주인공에게 미친 가정환경을 살펴보자.


1) ‘엄마’ 숙경씨와 아버지가 아닌 삼촌’ 명호씨.

  일반적으로 아버지의 부재는 가정의 도덕과 질서의 부재로 이어진다. 그 가족 내의 구성원이 일탈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편모가정에 백수인 삼촌과 함께 사는, 겉보기엔 불우하기만 해 엇나가기 쉬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준호는 다른 친구들과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오히려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더 행복하기까지 하다. 작 중 반에서 톱에 드는 영수는 부모님이 모두 서울대 출신에 위의 형제들이 다 서울대를 재학 중이기 때문에 서울대 합격에 대한 무언의 압박감을 느낀다. 그에 반해 준호는 세상 걱정 없이 편하게만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준호의 성장에 있어서의 가정배경은 역시나 자유분방한 숙경씨와 명호씨로부터 비롯되었다. 

  헤어디자이너로 집안의 경제적 가장 노릇을 하고 있는 ‘숙경씨’라고 부르는 엄마는, 아버지에 관해서는 어떤 환상도 심어주지 않지만, 아버지에 관해 물어보는 데는 대답을 꺼리지 않는다. 심지어 미성년자인 준호가 담배를 피우는 것도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그녀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데다가 대학진학에 대한 목표도 없는 아들에게 ‘이십 년 동안 내 옆에 있어준 게 효도’라고 한다. 그리고 ‘너를 대학생 만들고 싶어서 낳은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네가 대학에 가지 않는다고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라며 아들에게 감동을 준다. 자신의 외모가 멋져서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공부를 못해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준호의 성격이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여 주는 것이 존재 그 자체에 있었기에 준호는 편모슬하의 가정이지만 행복하게 자란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아버지의 역할은 엄연히 존재한다. 아버지의 부재는 누가 채워 줄 수 있을까. 작가는 그 대체로 삼촌인 ‘명호씨’를 내세운다. 미대를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들로 인해 서울대 법대를 갈 수 밖에 없었던 그는 학교를 졸업한 뒤 누나의 집에 눌러 앉는다. 백수를 전전하다 결국엔 어릴 적 꿈이었던 만화대여점을 차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한국 서사 문학에서 아버지의 부재는 아버지에 대한 갈등과 애증의 감정으로 드러나지만 <동정 없는 세상>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준호가 집의 방안에서 담배를 자랑스럽게 피기 시작한 것도, 섹스에 관해 가치관을 정립하게 되는 것도 모두 삼촌을 통해서다. 동정은 언제 떼는 게 적당하냐는 질문에 삼촌은 “떼고 싶을 떼 떼렴”이라며 답한다. “엄마, 삼촌, 하고 부를 때는 얘기할 수 없었던 것들이 숙경씨, 명호씨, 하고 부를 때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라는 구절을 통해 이젠 이런 경향의 부모가 오히려 현세대에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보다 더 친구 같은 부모님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이 구절을 통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삼촌이 정말 준호의 ‘아버지’였다면 준호의 담배나 섹스에 관한 상담과 진로에 대한 고민에 저렇게 말했을지도 궁금하다. 논리적이고 설득적이긴 하지만 준호 인생을 전체적으로 두고 볼 때 과연 어떤 아버지가 제3자적 입장에서 말해줄 수 있을 것인가.


  참고로 ‘성장 소설’의 특성상 자전적 성격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명호 씨가 작가 자신을 투영시킨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명호씨의 어린 시절이 <새>의 주인공인 은호로 연결해 볼 수도 있는데 , 그런 연결의 선상에서 작품을 보면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2)가출한 아버지와 맞는 어머니

  <새는>의 은호도 결손가정에서 자란다. 아버지는 은호가 초등학교 때 공장에서 손가락이 잘리고 난 뒤 일을 그만두고 술로 인생을 채운다. “엄마는 예쁘고 소중하지만, 예쁜데 그를 지켜주지 못해 때린다.”는 아버지가 집에 올 때는 엄마에게 돈을 받고자 할 때뿐이다. 시장에서 채소를 팔아 겨우 모은 돈을 가져가려 아버지가 오는 날이면 은호는 오락실에 가서 늦게 들어온다. 돈을 가져가는 것은 괜찮지만 어머니를 때리는 것은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자라서 힘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아버지를 두들겨 패리라고 결심한다.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있는 전형적인 한국형 성장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감정에 반감으로 어머니에게 애잔함과 강박관념을 지니지는 않는다. 단지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자신의 집이 가난하다는 의식이 은호에게 잠재적으로 내재될 뿐이다.


3. 입사식 … 대한민국 고등학생에게 입사식이 가지는 의미

  <동정 없는 세상>에서 수능이 끝난 뒤의 교실엔 친구들의 반 이상이 없다. 그렇지만 결석한 친구들도 출석 처리가 된다. 출석해도 특별히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틀어 주거나 가까운 박물관에 가 출석만 체크하고 집에 돌아온다. 공부를 하든 죽어도 공부를 하지 않든 대한민국에서 고삼이란 시기는 너무도 피곤하기만 하다. <동정 없는 세상>은 박현욱의 <새는>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데, <새는>은 80년대를 학창시절로 하는 성장소설이다. 1980년대나 2000년이나 대한민국에서 수험생의 모습은 다 이렇게 비슷한가 보다. 작가는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그 중간에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을 놓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은 입사담의 성격을 띤다. 미숙한 주인공이 성숙의 과정에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경험하는 ‘통과의례’를 겪는 것이다. 이는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단계로써 분리의 단계를 거쳐 세속 공간과는 분리된 공간에 머물면서 시험을 겪는 전이의 과정, 마지막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결합의 과정을 거친다. 그 입사식의 내용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쾌락’이라는 것으로 귀결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쾌락을 얻었든 얻지 못했든 사회의 질서에 편입하며 ‘허무함’을 느낀다.


1) 은수를 향한 사랑별을 쫓았던 그 시절.

  <새는>에서 순수하지만 가난한, 잘하는 거라곤 지지리도 없는 소심한 성격의 주인공 은호는 고등학교 1학년 당시 옆 반의 반장인 은수를 첫 눈에 보고 반한다. 그녀를 바라만 보아도 좋았지만 클래식 기타를 배워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한다. 무엇 하나 매달릴 것 없던 은호에게 찾아온 그녀는 천사와도 같았고 그랬기에 항상 기타만을 생각하면서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기타로는 그녀를 가질 수 없었고,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문예반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문예반에 들어가면서 생전 보지 않던 카프카의 <성>이나 까뮈의 <이방인>과 같은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 쉼 없이 읽고 생각하고, 기타를 배우며 만난 친구 현주와 대화하며 책에 대한 지식을 쌓고 끝내는 반장인 민석을 토론에서 깨끗하게 이긴다. 소원대로 축제일에는 클래식 기타 독주를 통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그에게 ‘무언가 있다’는 생각에 쉽게 그를 무시하지 않기 시작한다. 성공적으로 모든 행사를 마친 뒤의 2학년 말, 용기 내어 은수에게 고백하지만 돌아오는 말이란 ‘공부해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은호는 공부하기 시작한다. 모든 시작하는 일의 동기는 은수에게서 시작 되는 것이다. 무작정 문제까지 외워서 차츰 성적이 오르던 그는 결국 우리학교의 옆 학교로 가정되는 곳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대학 입학 증은 얻지만, 사랑을 얻지는 못한다. 


  은호는 클래식 기타, 토론 활동, 수능을 통해 분리와 전이의 단계를 거친다. 음악시간에 반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면 언제나 빨개지던 얼굴이 이후엔 ‘내 얼굴은 별로 붉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아이들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한 것이다. 기성 사회의 일원이 된 후 그는 회상한다. 은수를 향한 사랑에 대한 열망으로 그 별을 쫓아 “어쩌다보니”자란 은호는 “별빛에 이끌려 가던 중에는 혹시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며. 그렇게 “한때는 야구를 보며 환호하고 투수의 공 하나에, 타자의 스윙 하나에 열광했었다. 지나고 보면 야구란 참 쓸쓸한 것이다”라고 그 시절을 야구와 동일시해 볼 수 도 있는 것이다.     


2) 섹스입사식 아닌 입사식

  <동정 없는 세상>에서 준호에겐 서영과의 ‘섹스’가 입사식의 역할을 한다. 쾌락을 쫓아 아무 생각 없는 것처럼 보이는 준호지만 


스무 살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무언 가를 찾는 것이 두렵다. 찾아보았자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섹스를 하는 것도 사실은 조금 두렵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물이 되는 그 자체가 두렵다.

라는 구절을 통해 스무 살의 성장을 앞둔 그의 진심을 볼 수 있다. 

어린이는 선생님, 친구, 가족 구성원에 의해 설정된 성 분류에 따라 자신의 성을 인식하며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사람과 동일시하며 성 고정화된 행위와 대상을 선호한다. 이렇게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기대되는 태도, 감정, 행위들을 수용하는 성 역할 습득의 기초인, 성 역할 정체감이 발달한다. 자연스럽게 ‘명호씨’를 보며 남성의 성역할을 습득했을 것이다. 준호의 ‘첫 섹스’에 관한 질문에 그는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가장 섹스하기 좋은 나이는 십대 중후반인데 생물학적 나이와 사회적 나이의 괴리로 인해 청소년의 성문제가 발생 한다”고 명쾌하게 답한다. 고대하던 서영이 와의 섹스를 하지만 그는 아직 완전하게 성장하지 않는다. 소설의 처음과 과 마찬가로 ‘한 번 하자’에서 ‘한 번 하자’로 끝나는 이 소설 속의 준호는, 물론 처음과 끝에 함의 된 내용은 다르겠지만, 여전히 성장 중이다.


3) 수능성장 입사식의 현주소

  <새는>에는 카프카의 <성>이 등장한다. 작가는 “아무 이유도 없이 체제로부터 개인이 억압당하는데 해결의 전망이 없다는 거야. 그런데 억압하는 체제 역시 왜 개인을 억압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야. 체제의 속성이거든.”이라는 현주의 작품 설명을 통해 현 사회의 속성을 꼬집어 주기도 한다. 최근에 있었던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 급식에 대한 논란에서 무상 급식을 반대하던 한 후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격차가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도 교육입니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분개했는지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도 그 후보의 목소리가 귓속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 공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 간 격차’라면 그 것이 진정한 참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어릴때부터 패배와 위축, 위화감을 습득하고 체질화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 역시 교육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 나라의 수험생에게 고등학교 3학년의 학창시절이란 그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시절”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주어진 계급의 판도를 바꾸는 일은 ‘공부를 잘하는 일’이 고작이다. 그렇지만 이젠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도 옛말이다. 공부 잘하는 애가 집안 배경도 좋고 예쁘기까지 하다는 ‘엄친딸’이 나오는 세상이다. 친구들과의 추억보다 학원과 인터넷 강의의 지식만이 머릿속에 가득한 현시대의 학생들에겐 ‘수능’이 그들의 입사식이 되었다. 배치표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알고 그를 수긍하는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잘 잡는다고 했던가. 이 말은 새에 관해서만 부분적으로 맞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고작해야 먹이가 되려고 일찍 일어난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일찍 일어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새로 태어나는가 벌레로 태어나는가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사자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정 없는 세상>의 준호마저도 일찍이 알았던 이 법칙은 가능성의 성장 시기를 씁쓸하게 한다.


4. 맺으며

  천성은 말이 많은 편임에도 성장 과정의 조건 때문에 과묵하게 지냈다던 작가는, 그를 해소하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소설이 가진 장점은 절대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억지로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려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의 생각을 명령조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쓰여진 대로, 독자는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면 그만인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별을 쫓아 살아왔던 지난 시절을 반추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도 별을 쫓아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성장이라는 시기의 애틋함과 청춘이 단순히 ‘허망함’으로 남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5. 참고 자료

차봉희 : 문학 텍스트의 전통과 해체 그리고 변신, 문매미, 2003

최현주 : 한국 현대 성장소설의 세계, 박이정, 2004

이태동 : 현실과 문학적 상상력, 문예출판 , 2002

조상준 : 소설의 잔상, 한국학술정보(주),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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