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일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놀라운 일이었다. 정말이지 충격적이었다.
을로만 살아온 인생이라, 굽신이 온몸에 흐르는 나에게 오늘의 일은 꽤 신선했다.
일단, 이미 오프한 고객사에 다른 프로젝트로 다시 들어오게 된 것도 웃기지만,
같은 고객사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게 더 웃기다.
이 배경은 각설하고 오늘 있었던 놀라운 일을 풀어보자면,
이번 프로젝트에는 총 5개의 회사가 관여하고 있다.
간단하게는 두 회사 간의 계약이지만, 그중 오늘의 사건은 솔루션사의 일하는 방식이었다.
오늘은 새로 도입하는 솔루션(시스템)을 교육하는 자리로,
그 사람은 설명하고, 교육하고, 모르는 사항에 답변을 주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상당히 고압적이고 짜증이 잔뜩 난 채로 대응하는 것이다.
당장은 업무적으로 부딪힐 일이 없어 제 3자의 눈으로 관찰하듯 상황을 지켜봤는데, 그 상황이 무척 재밌었다.
첫 번째로, 그런 태도를 유지함에도 고객사는 지속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예의 있게 대응했다.
누울 자리 보고 뻗는다는 속담처럼, 친절하게 대응하면 마땅히 더 요구하게 되지만
퉁명스럽게 대하는 사람에게는 마땅히 답을 줘야 하는 역할임에도 그 조차 고맙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전에 어떤 선배가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역량의 80%를 목표로 하고, 일은 60%로만 하라는 것이었는데
초안이 완성되면 피드백을 받아서 80% 정도 까지만 달성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작 그 선배야말로 항상 100% 이상을 해내느라 고생했지만.
두 번째로,
종종 본인이 야기한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간 연동이 안 되는 상황에선 오히려 침착했다.
그리고 정작 본인의 고객사에게는 사과하지 않았고,
미국 본사의 직원이 당황하니 '네 상사에게 물어봐'라고 답했다.
회사와 일하는 본인을 정확히 구분 짓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바라던 '일하는 자아의 구분'.
마지막으로,
솔루션사의 해당 직원의 태도는 그 사람 개인의 성향 일지,
회사가 잘나서 아쉬울 게 없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저렇게 일하면 편하긴 하겠다', '마이웨이'의 표본이랄까.
하지만 나중에 그 분과 따로 개인적인 티타임을 가지며
그 사람이 가진 생각과 행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회사에 불만족스러운지를 듣다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했다.
나에게만 지독히 못되게 대하던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가족이고, 이해 못할 사람은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으며...
바깥은 찌는듯한 더위임에도 에어컨 바람에 시달리며 일하던 2019년 여름의 어느 날.
9시부터 12시 반까지 미팅 자료 만들다 김밥 한 줄 먹고 다시 1시부터 5시까지 회의하고
회의한 내용대로 저녁엔 내내 다시 보고자료를 만들던 지독한 프로젝트에서 나온 뒤 겪은 신선한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