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력

11살

by 이유경

내 입김은 들어갈 구멍이 없나 보다.

분명 싫다고 2번이나 거절하셨는데.

누렁소 입학 테스트를 본단다.


같은 반에 똘똘이 스머프 같은 아이가 있다.

우리 아들은 선비라고 하는데 똘똘이 선비라고 해두자.

아들 주변에 유일하게 공부를 압도적으로 잘한다.

지방 안에서도 농어촌 지역이라 공부를 꾸준히 해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녀석이다. 진정한 엄친아다.

키도 크고 운동까지 잘한다. 효심까지 있어서 똘똘이 선비가 지은 동시는 학교 앞 현수막에 걸릴 정도다.

내 아들도 아닌데 자랑이 이렇게 길어졌다.


무튼 진심으로 너무 잘됐으면 하는 아이다. 똘똘이 선비는 우리 아들에게 같은 학원을 다니자고 잘 꼬셔줘서 입학 테스트를 신청하고 시험 날까지 미친 듯이 수학 문제집 한 권을 뿌셨다.


마지막 일주일은 방학이기도 하고 내 일에 지쳐 그냥 답지를 던져줬다. 그리고 오답 있었던 부분과 지금, 앞으로 모르는 문제는 답지를 보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 답지를 바로 베끼지 않을 거라는 건 잘 알았다.

자신의 실력이 올라가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떨어지면 창피하니까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그리고 대망의 시험 날,

아이는 한껏 긴장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도 한껏 긴장하지 않았다.

그냥 마치고 맛있는 거나 사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리고 근처 카페에서 아들을 기다렸다.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시간을 꽉꽉 채워 나왔다.

차 타고 15분쯤 지났나, 문자가 왔다.

커트라인에서 12.5점 더 받고 신청한 반에 합격했다.

대애-박.

우리 모두 환호를 했다.

믿기지 않았다.

남편은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점수 배점을 고려해 빠르게 계산해 나갔다. 푼 건 거의 다 맞추었다고.

사실 아들은 10문제 정도는 읽어보지도 못했단다.

집에서 풀었던 나름 어렵다고 정평난 심화서보다 더 어려웠다고 했으니 셋 다 기대가 없었다. 그래도 치른 것만 해도 너무 기특했는데 너무 놀라웠다. 벅찬 느낌은 없었고 그냥 신기했다.

수학 풀면서 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떠올랐다.

"이게 된다고~?"


이후, 일주일 간 우리끼리 치열한 고민을 주고받았다. 앞으로의 고민은 생각지도 못한 채 말이다. 가방은 받아야 하니 하루라도 다니자는 아빠.

시험 합격한 걸로 됐다.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으니 집에서 계속 꾸준히 해보자는 엄마와 아무 생각 없는 아들.

하지만 없는 살림에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겠다는 아빠의 내조와 학원 다니면 승급을 도와주겠다는 똘똘이 선비 덕에 아들은 서울에서도 무시무시하다는 수학학원에 등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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