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공부 시간.
예열 작업으로 땡깡을 부려준다. 거의 뭐 비상사태다. 입으로 사이렌을 부른다.
기차처럼 쫓아오며 한문철도 억울할 만큼 부딪히러 온다.
같이 부딪혀주다가 적당히를 모른다 싶음 그만 하라며
얼굴 근육을 풀어준다.
급 여주인공이 된다.
"훌쩍훌쩍"
가끔 그 모습이 충격적이게 귀엽다.
예비 5학년이 귀여운 목소리로 훌쩍훌쩍이라고 말하다니.
하지만 더 한 것이 있으니.
엄마의 특급 귀여움이 시작되면 도망간다.
나 역시
"귀이이이여워어어어!! 공부시키고 싶어어어!!"
라며 퇴치한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악령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라고 할 뻔.
앉히는 데만 성공했다.
숨 가쁘게 내쉬며 장난스러운 눈으로 눈치를 보며
샤프와 지우개를 꺼낸다.
우당탕탕.
그마저도 소란스럽다.
약간의 협박과 보복을 예고하여 잠재워 놓은 후 거실로 나온다.
아들은 오른손잡이다.
그러나 왼손이 더 바쁘다.
왼손의 가장 큰 역할은 코를 후비적거린다.
코딱지를 확인한다.
파리마냥 혀로 날름 먹는다.
끊임없이 후빈다. 확인한다. 먹는다.
무한 반복이다.
그동안 오른손은 좀 쉬라고
뇌에서 명령 내리나 보다.
오른손은 계속 쉰다.
눈은 계산하는지 왼손만큼 바삐 움직인다.
그러다 오른손은 드디어 제 역할을 한다.
초간단한 풀이와 답을 휘갈겨 적는다.
다시 왼손 타임이 왔다.
바쁘다.
이제는 오른손도 바쁘다.
왼손의 역할을 뺏은 건지 모르겠지만
오른쪽 콧구멍은 오른손 역할인가 보다.
샤프는 내려놓지 않은 채 열심히 임무 수행을 한다.
반복 작업 완료다.
이제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유턴하듯 목을 쭉 빼
오른손의 원래의 역할을 한다.
5초 지났을까.
다시 왼손 타임이 왔다.
행동 패턴은 12살이 되어도 반복 중.
거침없이 휘리릭 적어내는 답을 적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다.
알아볼 수 있게 쓰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예쁘게 가다듬어 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신기하고,
풀이를 대충 적고 틀려서 다시 새로 푸는 것도 신기하고,
책 위에 있는 책 위에 있는 책에 울퉁불퉁한 부분을 못 느끼는 채 푸는 것도 신기하고,
지우개가 있는데 잊어버리고 또 새로운 지우개 꺼내서 쓰고
또 새로운 지우개 꺼내서 쓰는 것도 신기하고,
이틀 전에 알았지만 내일 시험인 걸 까먹는 것도 신기하고,
도구들은 있었지만 없어지는 놀라움의 연속을 겪고,
바로 옆에 핸드폰의 문자 알람이 진동으로 오지만
무음모드로 느끼는 신기함.
겪어본 적이 없는 신기함들로 가득한 너란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