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맴 천국

by 이유경

헤매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나는 점점 더 깊은 헤맴 안으로 들어갔다.

언어지연과 유사자폐 행동이 겹쳐 보이던 아이를 키우며 몇 년간의 질문을 멈추지 못했다.

결국 도달한 답은 자폐가 아니라 경계성 지능이었다.

ADHD도 살짝 첨가된.

정확한 이름을 알고 나니 '뭘까 뭘까 병'에서 해방된 듯했다.

하지만 헤맴이 끝났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가끔 생각한다.

경험이 많았더라면 달라졌을까?

아는 것이 많았더라면 달라졌을까?

주변 지인이 많았더라면 달라졌을까?

아마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주변 도움은 둘째치고

육아 까막눈인 내가 기꺼이 잘 키워낸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왜 나는 이런 고민을 하는 걸까?

육아는커녕 아기에 관심도 없던 내가 어느 날 덜컥 임신부터 해버리니 미성숙하고, 준비되지 않은 엄마라는 사실이 나의 고민의 시작인 걸로 결론을 지었다. 맞으니까. 맞다고 생각한다.


미성숙함이 아이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라고 극단적인 생각을 자주 했다.


내 탓이어야 아들의 문제가 아니니까.

내 탓이어야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내 탓이어야 남탓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반드시, 내 탓이어야 한다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다. 너무 몰랐고, 순수한 사랑만 주었다. 사랑해 주는 엄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것만 있어도 알아서 잘 크는 애들이 있겠지만, 내가 물려준 유전은 이러한 상황을 완벽하게 비껴나갔나 보다. 아니면 너무 생각 없이 살아서 문제 해결의 기회를 주시려고 빚어준 것 인가.

알 길은 없지만, 7살 될 때까지의 헤맴의 기록을 적자면 깜깜한 은하수 속에 혼자 덩그러니 우주의 한낱 먼지처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새벽에 베란다에서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주변 배경이 순간적으로 확장되면서 귀가 먹먹해지고 중력의 힘을 받지 않은 것처럼 잠시 부웅하고 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아주 하찮은 존재가 된 것 같다.

광활한 정보 속에서 그것을 구별해 내는 힘도 없기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도 없고,

뒤를 돌아봐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SOS를 칠 사람도 없고,

지인들에게 털어놔봤자 분위기만 무거워질 것 같았기에.


맞다. 힘이 든 건 사실이다.


언어지연이나 언어지체, 자폐 등의 장애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도

딱히 해결되는 느낌의 답이나 비슷한 정도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케이스는 드물었다.

내가 궁금한 건 딱 두 가지였다.

첫째는 근본적인 문제 원인.

그래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앞으로의 방법.

이럴수록 필요한 건 정보라고 생각했다. 일단 무식하게 정보를 집어넣은 다음 필터 작업을 거치는 쪽을 택했다. 무지가 내 불안을 더 키운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부터 미친 듯이 정보를 넣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금방 까먹었지만, 그래도 나에겐 시간이 있다.

남아도는 새벽과 아침 시간을 아낌없이 썼다. 나에겐 생존 같은 거라서 힘들다, 지친다, 현타 온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했으니까.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아 돈으로 처바를 수는 없었지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남편이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기꺼이 함께 걸어준 남편이다. 사실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운다'는 느낌이 더 커 보이지만 아직은 미화시켜 보겠다. 그렇게 세상에서 없으면 안 될 조력자와 세상에서 없어지면 큰일 나는 아들과 함께 나는 아직도 헤맴의 여정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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